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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Nov 18. 2023

달밤에 길고양이

고양이의 안부를 묻습니다

밤산책을 좋아한다. 소란했던 하루의 마무리에는 이만한 게 없으니까. 가끔 무리 지어있는 학생들이 공원의 정적을 깨기도 한다. 허나 오늘의 밤공기는 맘에 든다. 가을밤에 어울리는 운치를 선물했다.


 낙엽 쌓인 공원길을 걸었다.  유모차의 바큇자국이 지나갔는지  바닥에 좁지만 길다란 길이 만들어 졌다. 낙엽이 많은 길을 일부러 찾아 걸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나니 좋다.


돌담처럼 둘러진 산책길을 지나자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풍채 있는 고양이다. 제법 크다. 인기척을  느꼈을 텐데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너는 네 갈 길이나 가라는 식이다.


밤이 어두워도 가로등 불빛이 있으니 웬만한 건 보인다. 핸드폰에 담는다. 찰칵 소리가 난다. 이번에도 소리에 놀라는 건 내 쪽이다.


고양이는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 멎적어 하며 자리를 피해 앞을 향해 걸었다. 눈이 뒤통수에 달린듯 자꾸 살피게 되지만 일단 지나갔다.


 슈퍼에서 우유와 계란을 사고 돌아오는 길. 혹시 아직까지 있으려나 고양이의 존재가 궁금했다. 설마 없겠지. 날도 추운데.


모퉁이를 도는 순간  어렴풋한 검은 형체 이런이런 아직도 있다. 달밤을 즐기는 고양인가 보다. 춥지 않을까의 염려는 내 몫. 자세히 보니 고양이 수염이 힘없이 내려가 있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다. 원숙미가 느껴진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위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달밤을 바라보는  길고양이처럼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공기가 내 손을 이끈다. 밤이 차니 어서 들어가라고, 마지못해 들어와 잔상으로 남은 고양이를 스케치해본다.  


눈이 감긴다. 밤을 즐기는 고양이도 어서 잠자리에 들기를 바라본다. 길고양이의 안부를 묻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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