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연기하라 다른 배역은 이미 다 찼다."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 그녀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버거울 때 되내이는 말이지요.
살다보면 매일 만나는 일출과 일몰에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진통의 파도를 넘어 해산의 고통을 감내한 어머니의 희생으로 물고기자리의 감성충만한 성격을 가진 그녀가 태어났습니다.
6남매의 셋째로 그다지 튀지 않는 조용한 어린시절을 보냈지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아이였기에 몸속에 꿈틀거리는 자기 다움의 열정이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할 세상과 맞닥뜨리기 전 까지 자신을 희생하는 배려심이 당연한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결혼 후 부모가 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유년시절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일이 잦아졌지요.
그녀 안에는 여러 자아가 살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중인격자였나? ’ 라고 스스로 의심할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의 기류가 바뀌는 듯 했지요. 주문 외우듯 책을 읽어가며 자신을 다독이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수습하기 힘들정도로 마음이 힘겨울 때는 파도를 떠올립니다. 롤러코스터처럼 널뛰는 그녀 마음의 움직임을 달래기에는 파도만한 것이 없으니까요.
마음이 복잡하고 분노가 치밀때는 동해바다로 달려갑니다. 해안 절벽에 하얀 거품을 토해내는 하조대의 파도를 그려보지요. ‘ 그 저항을 다 견디고 오늘도 버티어 내고 있구나! 그렇게 힘겹게 버티느라 참 고생이 많구나“ 하며 저항이 크면 클수록 더 높이 솟구치는 파도를 떠올립니다.
비워내고 싶은 마음의 찌꺼기가 많을 때는 서해 바다로 달려갑니다. 썰물과 밀물의 그 조용한 움직임속에 마음을 담궈보내지요. ‘ 내 복잡한 마음들 가져가줘서 고맙다’ 고 인사치레 하며, 수평선에 가까워진 태양이 은은한 오렌지 빛으로 물들여지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때는 남해바다로 달려갑니다. 살랑이는 물결에 몸을 싣고 있던 갈매기에게 말을 건네지요. 초록빛 바다에 몸을 둥둥 띄워보라 유혹하는 정겨운 모습을 떠올립니다.
바다에 이는 물결에 지나지 않는 "파도"였지만
내 마음을 실어보면 또 다른 "친구"가 됩니다.
'지금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니체"는 말했습니다.
힘겹다고 돌아갈 퇴로는 없는 것이지요. 오늘의 삶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해도, 의미를 부여하고 파도치는 내마음을 뜨겁게 껴안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오늘은
반복된 일상의 파도를 또 힘내서 견디어 가자고 스스로에게 격려하고 싶은 날이라고
인생의 수없이 얄궂은 파도를 넘어서야 하는 자신에게 시 한편을 선물하고픈 날이라고.
* 파도의 말 (이해인)
울고 싶어도 /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마음 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내가 대신 노래해 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