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별 안녕 별

선물같은 별밤

by 미오


퇴근 후 아들의 부탁으로 서점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버스를 타려다 공원을 경유해서 걸어가 보기로 했지요


살랑 바람이 기분 좋은 밤. 미세먼지가 없어서 하늘이 맑네요. 집앞 공원 앞 학생들이 무리 지어 행사준비에 한창입니다.


스치듯 천체관측회


STAFF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고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자세히 보니 천체망원경 5~6개 정도가 세팅되고 있었지요. 말로만 듣던 천체 관측 동아리로구나.


얼마 전. 딸아이가 공원에서 망원경으로 찍어온 달 사진을 자랑했습니다.


“엄마 이거 봐 너무 멋지지 ? 진짜 신기하더라‘

"멋지네~ 잘 찍었다 ”


건성건성 대답했던 기억이 스칩니다. 집 근처에 청소년수련관은 이따금 행사를 하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봅니다.


‘별 보고 가세요~’


홍보에 열심인 여학생이 나에게 제안을 한다. 아직 참여자가 적어서 불러 모으는 역할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끔 우리 아이들도 동아리 행사할 때 그런 담당을 맡게되면 제일 힘들다는 얘길 했던 터라. 오늘은 그 제안에 바로 응답. 다행히 줄을 안서도 되니 얼른 보고가야지 했답니다.



시리우스를 볼수있어요

.

핸드폰으로 렌즈안에 별을 남겨보려했는데 화질이 안 좋은지 계속 실패. 난감해하는 학생한테 얼마나 떨어진 별이냐고 물어봅니다. 기습 질문에 "잠깐만요" 를 외치더니 선생님을 호출.


한걸음에 오신 담당선생님의 전문적인 별 강습에 역시 "잠시만요" 를 외치며 녹음을 해 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또 내 뒤로 하나 둘 줄을 섰지요


시리우스는 큰개 자리에 있는 별이고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 중에서 태양을 빼고는 가장 밝은 별이에요.

거리가 4광년 넘게 떨어져 있는데 빛으로 봤을 때는 4년 넘게 걸리죠.

지금 보고 있는 별은 2023년의 시리우스가 아니고 2019년에 출발한 빛이 4년 걸려 지구에 도착한 것이예요.

잘생긴 인솔 선생님, 설명도 명쾌하게 잘 하십니다. 페가수스까지 관찰하니 제법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네요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니 기다렸다는 듯, 다른 남학생이 쫓아옵니다. 우물쭈물하더니 빛 공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보네요.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는 말에 자리를 부스로 이동해 봅니다


“빛공해 느껴보신 적 있나요? 빛공해는 여기 있는 것처럼 침입광, 눈부심, 산란광, 군집된 빛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자세한 건 좀 읽어보시면 돼요"


떠듬떠듬 설명을 굳이 다 해주네요. 학생의 열정적인 모습에 격하게 호응해 주는 어른이가 되어봅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어요. 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이 힘겨웠었나. 초롱초롱한 눈빛이 별처럼 예쁜 아이였습니다.


별이 스치는 시간, 멈추는 시간에 맞춰 관측이 가능한 것인데 , 스치듯 천체관측회 친구들 덕분에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로 연상되는 별이라더니 정말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 이 떠올랐지요.


별을 보는 것은 현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보는 것. 별이 빛나는 밤을 예기치 않게 선물받은 날. 별을 탐해봅니다


'별처럼 빛나는 꿈'을 가진 아이들덕분에
4년전 내가 떠나보낸 별을 만났다.

현재를 사는 나에게 과거의 별이 물어본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보석같이 빛나던 별, 시리우스가
4년 전 나의 모습을 알고 있다고 ,
여전히 예쁘게 빛나고 있다고
다독여 주었다.

그토록 빛나던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별 볼일 없는 하루'라고 여겨지는
오늘을 열심히 사는것이
'빛나는 별'같은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시리우스의 가장 밝은 빛의 기운을 눈에 남기고 간다고

눈에 '별이 보일듯' 아찔한 순간이 올때도
힘겨워 하지 말라고
토닥 토닥 위로해 주었다.

- 별 안녕 별(미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일함의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