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엄마가 준비를 하십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태어났네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의 미세한 삐약 거림을 금새 알아채셨습니다. 기민한 움직임인데 어찌 그리 잘아시는지.
갓 태어난 병아리
갓 태어난 병아리는 친구들 틈바구니로 합류. 따로 놔둬야 하지 않느냐고 몇번을 물어도 그냥 같이 둬야 서로의 온기 품고 살아난다고 거듭 말씀 하십니다. 못내 안타까운 마음에 시선을 고정시켜 봅니다.
여리 여리 약할거라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 관점이었어요. 병아리는 결코 약하지 않았습니다. 꼬물거라다가 엎치락 뒷치락 얼마간의 힘겨운 걸음 끝에 자기 자리를 찾네요. 예사롭지 않은 꼬물거림. 눈에 밟혀 한참을 주시하지만 보란 듯이 자리매김 하는 모습이 어찌나 신통하던지요.
보송보송 털이 난 선배들 틈바구니에 끼어보고 내쳐지기도 하지만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듭니다. 마침내 포근한 안식처 한켠을 기꺼이 차지하네요.
병아리들은 어서 날개를 펼 꿈을 꾸는거 같았어요 엄마의 닭장에는 닭들이 날기도 하거든요. 좁은 케이지가 아니라서 마음껏 활보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닭이 낳은 유기농 계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지요.
요즘엔 엄마가 부화한 병아리들을 구매 하고자 하는 분들도 생겼데요. 소문이 나서 알음알음 사러오신다고
친환경 달걀도 가끔 부탁해서 가져가시는 분이 있는데 이번엔 한판이 25개짜리였다고 30개를 다 못채워 주셨다고 아쉬워 하셨습니다.
줄탁동시 (啐啄同時) :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함.
줄탁동시 (啐啄同時)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미 닭은 병아리가 톡톡할 때 밖에서 문을 열어주는 역할만 한다지요. 세상에 나온 병아리는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하니까요.
6남매를 다 키운 헛헛한 자리에 마음의 병이 찾아들어 힘겨워 하셨습니다 . 엄마에게도 스스로 깨기 힘겨웠던 껍질이 깨지고 있는 듯 했어요.
병아리도 엄마도 서로에게 줄탁동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벽이라 생각하는 그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껍질을 또 한번 톡톡 쪼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