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다음 달에 수련관에서 또 댄스 공연하기로 했어요. 친구들과 연습하고 올게요
우리 집 댄스 걸. 오늘도 춤 연습에 진심입니다. 걸그룹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추기를 즐겨 합니다. 예전 모습을 아는 지인들은 한목소리로 '진짜? 그렇게 변했어? ' 놀라워합니다.
어릴 때부터 말을 아끼던 아이였습니다.
엄마랑 있을 때는 얘기를 잘하지만, 자주 보는 사람에게도 낯을 가리고 묻는 말에만 겨우 고갯짓으로 응했지요.
친척들과 모이는 자리에서도 자신을 주목하는 환경 자체를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릴 때가 많았습니다.
학교에서도 말 한마디 안 하고 단짝 친구랑만 얘기하는 내성적인 아이였지요.
"은별이가 나한테 어떤 목소리인지 궁금하다고 했어. 안친한 사람하고 말할 때 너무 쑥스러운데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어"( 쑥스러운 딸)
"말을 잘 안 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조용하게만 있으니까 일기장을 더 꼼꼼히 보게 되는거 같아요."(담임선생님 말씀)
학기초에는 사탕이나 젤리 같은 것을 주머니에 넣어줬습니다. 말 시키기 힘들면 하나씩 주면서 얘기하라고요.
© juantures12, 출처 Unsplash작년부터 방송댄스를 배우고 싶다 하더군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가 해보겠다니 의아해하며 등록해 주었답니다.
처음엔 방문을 닫고 혼자 조용히 연습했지요. 음악소리가 나서 문을 빼꼼 열어보면 동작 멈추기를 반복.. 몇주 지나니 슬그머니 나와 넓은 거실에서 시선을 즐기며 추더라고요.
어느 날은 댄스실에서 거울을 보며 춤을 추면 자기가 더 예뻐 보인다고 흘리듯 얘기하더군요.
벽에 붙이는 거울을 사다가 방에 부착해 주었습니다. 마음껏 추라구요.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이제는 친구들과 댄스팀을 만들기도 합니다. 몇 번의 공연을 하며 작은 무대에 서더니 동작에 힘도 들어가고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네요
올해는 댄스를 좋아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체육시간에 랜덤 플레이 댄스를 추기도 했다고 자랑하기까지.
랜덤 플레이 댄스는 무작위로 댄스 음악을 틀어주고 그 노래의 안무를 추는 거야.
오늘은 나만 아는 노래가 나왔는데 그냥 쑥스러워도 혼자 췄어. 기분이 좋더라고
몸치인 엄마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 내성적인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엔 거침없는 표현으로 엄마를 깜짝깜짝 놀래킵니다.
어제는 '엄마는 제일 소중한 게 뭐야'라고 묻더군요..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우리 딸은 뭔데? '라고 되물어봅니다.
당연히 나지. 내가 1번이야.. 내가 있어야 다른 것도 있는 거잖아, 엄마도 엄마가 1번이어야 해
아이의 당찬 대답에 눈이 번쩍. 항상 어리게만 느껴졌는데 알밤처럼 속이 여물어 갑니다
© lleung1, 출처 Unsplash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일이 쑥스럽고 불편할 때가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 거울 보며 하루 한 번씩 웃어주기에 도전해 보라고 귀띔해 줬던 책이 있었지요.
나를 마주 대하는 것이 힘겨웠습니다. 그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세 아이를 키워야 했고 좋은 엄마가 되고자 육아서와 관련 강의를 탐닉했지요.
나를 어루만지던 것들의 근저에는 '자존감' 이란 단어가 있었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전에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얘기해 주었으니까요. 약해질 때마다 양파 껍질 까듯 하나씩 하나씩 벗겨냅니다.
오늘도 아이와의 대화 속에 내면의 나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또 한번 자존감의 거울을 들고 자신 있게 웃어보자고 다짐하지요.
자존감 (自尊感) :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지키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