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한 변심은 무죄

인연을 보내는 마음.

by 미오


'살 빠지면 옷 사야지 '

해마다 같은 멘트를 날리며 무거운 마음으로 쇼핑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가뿐합니다. 체형이 변했으니까요. 다만, 비우기가 먼저이니 옷 정리를 단행합니다.


제거1순위는 지난해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 버릴 옷과 내년에 입을 옷을 구분 짓고 . 여름옷 박스를 열어봅니다. 작년엔 편안하게 나름 맵시있게 입었던 옷인데 다시보니 부담스럽습니다. 자리만 차지하겠구나 싶어서 또 추립니다.


제거 대상 옷들이 지층처럼 층층이 쌓여갑니다. 알록달록 옷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보이네요. 애지중지하며 음식이 튈세라 조심히 입었던 것도 있구요. 나름의 사연이 있어 잠시 머뭇거립니다.


예쁘게 입어보자고 설렘으로 사기도 했었고, 세일이라는 단어의 유혹에 빠져 충동 구매한 옷도 있었습니다. 예전엔 잘 입었지만 나의 취향이 바뀌어 안 입게된 옷도 있네요.


공통적인 단어는 '주인의 변심'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정리 대상에 속한 옷들의 항변]


왜 마음이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핑계는 수없이 많지요. 하지만 이번엔 합리적인 이유가 하나 있으니 당당합니다. 체형이 변했으니까요. 살 빠지면 입어야지 하고 남겨놨던 옷들을 몇 년 전에 정리했었는데. 올해는 살 빠졌으니 버려야 할 옷들을 고릅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하지요. 그런데 값이 나갔던 옷들 앞에서 주춤합니다

이 머뭇거림이 과거로의 회유는 아닌데 살짝 아깝다는 느낌으로 붙잡네요. 살찔 수도 있으니 놔둘까 싶다가 그런 마음이 살들을 불러들이겠다 싶어 재빨리 한편으로 분류합니다.


나눔을 하면 되는걸요. 다시 살을 찌울순 없으니 과감해져야합니다. 마침 친구가 전화를 했더군요. 작년에 산 바지가 아깝다하니 챙겨달라고.


올해는 미니멀리즘을 생활속에서도 실천하기로 했으니 눈을 딱 감아봅니다.


photo-1529268209110-62be1d87fe75.jpg?type=w1 © craft_ear, 출처 Unsplash

나의 맨몸을 감싸주었던 옷들. 비바람이나 햇볕 으로부터 지켜주었지요. 그 옷들에 감사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맞지 않아 방치하는 옷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의지하던 인연이지만 언젠가 갑갑해짐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리해야하는 결단도 내려야할 거예요. 재활용 박스에 옷들을 넣는 소리가 텅텅하고 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소리죠.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에 대한 미련을 버리니 한결 가볍네요.


옷 구입시 좀 더 신중해 보자고 다짐합니다. 세일해서 사는 것 말고 나에게 꼭 필요한 친구만 꼼꼼히 골라야겠다고



내 몸을 감싸주던 친구 같은 옷들을 정리하는 날. 나를 스쳐갔던 인연들도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상황이 변해 그에 걸맞은 옷이 필요했듯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주위 인연도 변해갑니다 .


다시 넉넉한 체형이 되길 원하지 않는 것처럼 어차피 붙잡지 못할 인연이라면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렵니다.


나를 둘러싼 옷에 대한 변심이 무죄인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할머니의 소꿉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