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닦은 거 맞아?” 물만 헹구고 나온 듯한 딸아이의 양치 시간이 못마땅한 그녀. 잔소리 버튼을 누르다 아들이 건넨 물건을 슬쩍 보더니 입꼬리를 올립니다.
양치시간을 위해 쓰여진 도우미를 잊고 있었네요. 막내에게도 참견대신 모래시계로 양치 타임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기로 약속합니다.
호기심 많던 오빠들은 모래시계로 미션 수행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씻을 때, 양치할 때, 밥먹을 때, 놀이할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다양한 크기의 모래시계가 애용됐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아침 시간. 어디서 남은 시간을 차용해 오고 싶을 정도의 긴박한 간절함이 있습니다. 아이들 등교와 출근 준비가 총알처럼 이루어진 숨가쁜 시간을 뒤로하고, 숨을 고르며 그녀만의 상상의 나래를 느긋하게 펼쳐봅니다.
짜투리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시간 은행’이 있다고 가정해 보았데요.
* Time in a Sandglass 이용전 알림 사항 *
- 최대 24분을 담을 수 있습니다
- 한번 넣을 수 있는 시간은 5분이내 (단, 동일 상황이나 장소 제외)
- 3일에 한번 입금 가능하고,
3일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진됩니다.
※ 시간이 담긴 모래시계는 유리로 되어있으니 보관에 주의하세요
신박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당장 회원가입을 하고,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 중 입금할 내역들을 모아봅니다.
걱정이 많았는지 새벽에 눈이 떠짐. (입금 5분)
열심히 뛰었는데 나를 두고 간 야속한 버스 기다리며 (입금 5분)
밥먹는 식당에서 음식 나오는 시간 기다리며 (입금 5분)
마트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입금 5분)
운동시간 플랭크 자세와 스쿼트를 외치는 강사님 눈을 피해 (입금 4분)
24분을 꽉 채워, 시간 입금 버튼을 누릅니다.
시간이 담겨진 모래시계는 깨지기 쉬운 유리재질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 '호주머니에 넣어 조심히 가져와야지.. '
부주의한 마음으로 인해 깨어지지 않게 소중히 다루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지요.
어떤 순간에 이 모래시계를 써볼까? 기분 좋은 상상이 이어집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그녀만의 상상은 짐크로스의 ' Time in a bottle'이라는 노래로 마무리 됩니다. 유한한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곡이기 때문이예요. 태어날 아들과 오랜 시간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들었는데, 경비행기 사고로 생을 달리한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더 애잔한 곡입니다.
꽃이 지기 때문에 더 애절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오늘이라는 시간도 '단 하루'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무심히 흘려버린 시간'들을 모아 '소중한 순간'에 쓰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을 가져본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