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春기도 잦은 산불이 많은 시기. 조기진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그만 불씨에도 기민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성격 좋은 보물 2의 말투에 이상 기온이 감지. 메마른 건조함이 느껴집니다. 아빠와의 충돌로 버릇없는 말을 했다는데. 왜 그런 말을 불쑥했는지 사태 파악을 해야 합니다.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하니까요.
그냥 두면 저절로 풀리는 시기가 아님을 알기에, 오늘은 진화작업에 착수합니다. 촉촉한 봄비가 되어야겠습니다.
소방서 앞 포토존
퇴근 후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몸의 피로감을 모성애로 입막음하며, 학원 앞을 서성였지요. 시험 대비로 보충이 있어, 학원 두 곳을 가는 날. 시간 맞춰 기다린 보람이 있어야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고개를 숙이며 걸어오는 모습이 포착, 누가 봐도 '고민 있어요' 얼굴입니다.
팔짱을 껴보는데 볼멘소리가 나오네요.
‘친구 만나서 가야 돼요’ (이런,, 얘기하기 싫다는 반응)
'진짜 서운했었구나'
한 번 더 친근한 애정 표시를 해봅니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왜 화났는지 툭 뱉는 아이. 물꼬를 터트립니다. 엄마 말에도 아빠 말에도 서운했다고 속내를 밝히는 아이의 등을 쓰담쓰담해주었지요. 시간 없다고 그냥 가야 한다는 아이한테 김밥 한 줄을 권하며 분식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해둡니다.
"편의점 가서 음료수랑 과자도 몇 개 고를래?"
"아니에요. 이 가게가 더 싸요 그리고 음료수 하나면 돼요 "
엄마의 주머니 사정까지 챙기는 착한 아들. 수줍게 인사를 하고 학원 쪽으로 방향을 돌리네요. 잠시 후 카톡이 도착
그냥... 너무 화가 나서 버릇없게 말했어요 엄마 사랑해요
표현이 서툴지만. 엄마보다 키가 큰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아이. 엄마 키를 앞지를 때 선물을 사주겠노라 하더니, 정말로 용돈을 내밀며 무엇이 좋을지를 물어봤었지요
마음밭이 착한 아이에게도 사춘기의 건조주의보가 발동한다는 것을, 가끔은 잊게 됩니다.
"엄마 저 사춘기인 것 같아요" 그래? 엄마는 갱년기인 거 같은데... 갱년기가 이길 것 같지 않아?
항상 주도권을 엄마에게 주었던 아들.
앞으로는 외향적인 아이의 마음에, 서운함의 가시 꽃이 피어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독여 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