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사용자의 행복

손으로 말하는 헬렌켈러

by 미오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될 것처럼 눈을 사용해 보세요. 갑자기 귀가 안 들리게 될 사람처럼 새의 지저귐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고, 내일이면 촉각이 모두 마비될 사람처럼 만지고 싶은 것들을 만지십시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책을 읽다 멈칫거리게 만드는 문장에 잠시 휴식을 취해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삶을 뜨겁게 살았던 헬렌 켈러가 내게 던진 미션이라 생각하기로 했지요.



어릴 때 위인전으로 읽고 40여 년 만에 다시 접하게 된 헬렌 컬러입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제목에 끌려 얼마 전 알라딘에서 모셔온 책이죠. 휴일에 친구 만나듯 읽어야지 했습니다. 책의 주인공이 되어 읽어 내려가니 그냥 불쌍하다 안됐다의 느낌보다는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갈 수 있었어요.



태어난 지 19개월 만에 뜻하지 않은 불운의 주인공이 되었던 그녀. 7살 무렵에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영혼의 빛을 얻게 되었습니다.



살아 숨 쉬는 낱말에 입맞춤을 받는 순간을 경험한 헬렌 켈러. 모든 사물이 이름을 갖고 있고 각각의 이름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왔기에 사물을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새롭게 보아갈 수 있다고 기뻐합니다. .



SE-4b857278-4aef-11ee-9b2a-6f846858b78f.jpg?type=w1 <손으로 말하는 헬렌 켈러> 책 속 이미지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의 이름을 알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그러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추상적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지요



언어의 세계로 들어갈 열쇠를 가졌기에 하루라도 열심히 배우고 싶다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꼬옥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가는 그녀에게 설리번 선생님은 새와 꽃도 우리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행복한 권리를 가진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시각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축복이다.


헬렌 켈러는 눈을 나태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합니다. 눈 사용법을 설명해 주고 싶어 했지요.



책을 덮고 마트 가는 길. 그녀가 알려준 방법대로 자연을 느껴보았습니다. 배롱나무의 매끈한 결도 느껴보고 오묘한 꽃도 요리조리 살펴보며 핸드폰에 담았지요. 매자나무의 나뭇가지도 꼼꼼히 살펴보고 노을 지는 하늘도 바라봐 주었습니다. 사진을 찍듯 스치는 풍경들을 주시해 보았습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면 청천벽력 같은 현실을 부정하겠지요. 깊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는데 한참의 시간을 보낼 듯합니다. 오감을 다 사용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보물을 주머니에 넣고도 인정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네요.



오감사용자의 행복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헬렌 켈러 덕에 축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주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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