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사랑

by 용 기

1장

보낼 수 없어 보내야만 하고 떠날 수 없어 떠나야만 할 때 사랑은 거짓이 된다




철새의 사랑


밤의 끝자락에

출렁이는 달빛 품는

이른 호수의 아침


덮고 있던 물안개를 걷어내어

잠시 하얀 우주에 맡겨두고

눈부신 속살에 비춰지는 천하(天下)는

물질하는 철새 따라

오늘도 하나가 된다


황혼의 주름진 추억만큼

눈감은 고요함의 깊이는

주절거리고픈 태양도 머뭇거리게 하고

새로운 바람 소식에도 아무 말 없이

나룻배 띄워 논다


바람은 사공이 되고

물 위에 떠다니는 낙엽들은

낡은 나룻배에게 주는

물 위의 오솔길 되어

삐걱- 삐걱 대는 늙은 노를 감싸 준다


이젠 너무도 오래 되어진 어제의 오늘

떠나지 못한 철새 한 마리는

둥실대는 오솔길 따라

나룻배에게 황혼을 맡기며

눈감아 날개 짓 서두른다


오늘도 마주하는 철새와 나룻배는

보낼 줄도 떠날 줄도 몰라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 되면

저어지지 않는 노를 젓기 위해

그토록 거짓 날갯짓을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