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자주 겪는 유형이다. 특히나 '몸'과 '관계'의 영역에서 넘침으로 인한 고단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지금도 후유증을 앓는 중이다. 유년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세상에 적응하며,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형성된 회로가 되먹임 과정을 거치며 오랜 시간 강화된 결과로, 특정 조건과 상황이 생겼을 때 아주 자동적으로 작용하며 그 힘도 무척 세다.
나는 분명 '착한사람'은 아닌데,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과 뭔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아주 자동적으로 의무감 같은 것이 올라온다. 의무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부채의식이 생기고, 심하면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작용의 저변을 살펴보면 좋은 자식,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강하게 깔려있다.
이렇게 아주 오랜 세월을 거쳐 강화되어 온 힘이 센 무의식 회로는 정면 대응해 봐야 승산이 없다. 오히려 청개구리 같은 반발력으로 더 큰 데미지만 입게 된다. 복싱, UFC 등 격투기 종목에서는 선수들을 인파이터(in-fighter)와 아웃파이터(out-fighter)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인파이터는 물러서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타입이고, 아웃파이터는 거리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는 타입이다.
인파이터는 한방은 강하지만 스피드가 느리고 체력이 약해서, 많이 맞아 데미지가 쌓이기 전에 속전속결로 경기를 끝낸다. 단, 맷집이 더 강하고, 더 강한 한방을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되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아웃파이터는 빠른 스텝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며 상대를 지치게 하다 틈이 생기면 한방을 노린다. 단, 체력과 스피드가 약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오래 묵은 만큼 맷집도 강하고, 한방도 강한 오래된 무의식에 인파이터 스타일로 저돌적으로 달려들면 크게 당하고, 재도전의 의지도 꺾이기 쉽다. 적당히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데미지를 쌓이게 하는 아웃파이터 스타일의 접근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격투' 아웃파이터에게 체력과 스피드가 필요하듯, '점수(漸修)' 아웃파이터에게는 섬세한 알아차림과 꾸준함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