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by 포레

추워서 코가 새뻘간 아가가 아장아장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의 엄마를 내가 아나?"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이 책은 전차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다. 그림으로 표현된 아이의 행동과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과 달리 점점 더 간절하게 애잔하게 느껴진다. 김동성 작가는 동양화 전공자로 수묵화의 느낌을 듬뿍 담고 있어 그림으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엄마 마중》은 1938년 [조선아동문학집]에 실린 소설가 이태준의 짧은 글에 김동성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이 더해져 탄생한 작품이다. 1930년대의 거리 모습과 옷차림들을 잘 표현해 낸 그림책이다.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어떤 마음으로 서 있을까?


엄마를 전차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아이. 작가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간절함을 색깔의 대비로 표현한다. 화사하게 그려낸 전차 속 아이는 바람이 불어도 전차가 와도 더이상 차장에게 묻지 않고, 코만 새빨개져서 그냥 자리에서 서있기만 한다. 마지막 연둣빛으로 그려낸 엄마를 만나 함께 걸어가는 장면은 아이의 세상과는 다른 세계로 그려진다. 아마도 작가의 바램이 들어간 장면인것 같다.

김동성작가의 그림을 만나면, 단순하지만 묵직한 그림이 주는 메시지가 마음안에 맴돌곤 한다. 한국적인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의 그림이 따스하고 정겹게 눈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코 끝 찡하도록 서 있던 마중나간 아이가 엄마를 만나 집으로 돌아갔기를...




이 작품은 내가 '김동성'작가의 그림책을 발견한 첫번째 책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림책캐릭터의 인형들도 만들어지고 굿즈의 개념을 잘 살리고 있지만, 2004년도 한길사에 출간된 그 당시에도 이 아이의 인형은 제작된 형태로 판매된것 같다.




이때부터 였을까? 김동성 작가의 글은 아니지만, 그림 김동성 작가의 그림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동양화풍 그림에 매료되었는데 늘 그림작가에만 머물렀던 그의 세계가 좀 아쉽다고 해야할까.

집에 모아둔 작품들


작가 자신의 마음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그는 <꽃에 미친 김군> 이란 예술 작품 같은 그림책을 2025년도에 보림에서 출판한다. 아마 에디터나 출판계의 눈 좋은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고 먼저 기획제의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작품들을 보면 그림을 잘 그려내는 재능은 정말 부럽다 못해 시기할 만 하다. 이 작품이 2025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에 선정되었다는데 어느 부분인지 즐거운지 ^^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은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며 한국적 요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자평한다.

나같은 독자에게 3만원으로 한편의 동양화 그림을 선사했으니깐.



+ 개인사가 있어 너무 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연재글을 기다려주셨던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좀 더 잘 걸어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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