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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Oct 12. 2023

왕복에 4시간을 길에 버리는 프로 환승러가 있다면서요?

그게 나야 나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그 순간이 참 행복하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시간의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경기도로 이사 와서 깨달았다.


대부분의 만남들은 서울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서울을 나가려면 광역버스+지하철 환승을 해야 서울이라는 곳에 갈 수 있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고는 했지만, 그저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나오고 늦게 집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사실은 많은 시간을 도로와 지하철 위에서 버리고 있었다. 한 번 서울을 나가면 하루에 적어도 3~4시간이 공중분해되었다.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어버리는 건 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이렇게라도 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2~3시간 정도의 즐거움을 위해 왕복 시간으로 기본 3시간을 쓰는 나. 내가 선택한 일이니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는가. 이 구역의 프로 환승러가 바로 나다.


편도 1시간? 너무 가깝네!
편도 1시간 반? 흠 갈만한 거리네...
편도 2시간? 멀지만 가볼 만한걸?


라고 생각하게 되는 프로환승러 경기도민. 환경은 사람을 이렇게 바꾸어 버린다.



그런 나였지만 정말 그날만큼은 괴로웠다. 일정이 생각보다 늦게 끝났다. 퇴근시간이 합쳐진 사당역 광역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니 우산과 함께 이어진 대기열은 그야말로 끝이 안 보였다. 앱으로 버스가 어디까지 왔는지 지켜봤지만 버스는 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평소라면 오고도 남았을 버스는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해가 지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손이 시렸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우산 끝을 타고서 내 어깨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비 오는 날 퇴근 시간의 사당역은 지옥이다



이사를 잘못 갔네. 역시 지하철 역 근처로 갔어야 했는데.


처음으로 그곳으로 이사를 간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평소라면 사당에서 30분도 걸리지 않고 집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버스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을 떨며 길에서 서 있었다. 학원에서 집으로 혼자 돌아간 아이에게서 전화가 계속 오고 있었다. 미안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집에 가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쩌나. 버스를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그날 평소라면 30분이나 걸릴 귀가 시간이 2시간이 되는 마법?을 보았다.




서울에서 살면서 조금씩 경기도로 삶의 터전이 밀려 나가며 시간의 쓰레기통이 생겼다. 다시 쓸 수도 없게 꼬깃꼬깃 접힌 시간들이 하나씩 쓰레기통에 쌓인다. 한 번 서울을 나갈 때마다 쌓이는 시간의 쓰레기가 이제는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나를 위해 유익하게 그 시간을 쓸 수 없을까? 생계를 위한 출퇴근도 아닌 의미 없는 서울 나들이는 내 인생에서 쓰레기만 만들어 낼 뿐이다.


사진: 경기도 봉공샵


그러니까 친구들아. 경기도에서 약속 좀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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