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라떼 Jul 19. 2023

난 될지어다.

믿는 대로 이루어 지리니

오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무슨 전화지?


처음 화면을 보고 흔하디 흔한 스팸전화나 보험가입 권유 전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요즘은 핸드폰 번호로도 사람을 잘 낚아서 모르는 번호는 일단 잘 받지 않는 편인데 속는 셈 치고받았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핸드폰 너머로 들어왔다. 


000 강사님이시죠? 제안하셨던 ***가 완성되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 


2주 전 넣었던 그 제안서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 내가 그곳에 들어갔을 때부터 꾸었던 꿈이 진짜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거길 처음 들어갔을 때 받았던 따뜻했던 환대, 책으로 모두가 통할 수 있다는 믿음, 책에 손 놓고 있었던 지난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읽고 쓰고, 읽고 쓰고 했던 시간들이 생각이 나니 목이 메어왔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전화응대를 하려 노력했다. 


알려주신 대로 컴퓨터에 접속해서 완성된 결과물을 봤다. 웹페이지를 클릭하고 있으니 진짜 통과가 됐구나. 나 진짜로 된 거구나. 혹시나 거짓말이었을까 봐, 깨 보면 꿈이었을까 봐.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사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도 안 믿긴다.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른다.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아마도 어이없어서 웃었을 것이다. 그렇게 좋냐고? 


네! 그렇게 좋은데 어쩌면 좋죠?


감정에 솔직해져 보자. 나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나 진짜 진짜 노력했으니까.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들어간 자리가 아니라 오롯이 나의 힘으로 통과했으니까. 오늘은 좀 기뻐해 볼게요. 


물론 처음부터 잘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제부턴 정말 나의 역량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만 남았지만 걱정은 잠시 내려두려고 한다. 주부라는 타이틀은 아직 소중하지만 내가 주부였기에 이 일들이 가능했다는 것을 믿는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학교에 보내고 그 틈을 틈타 차곡차곡 쌓아 올렸던 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에. 만약 내가 그냥 하나의 잉여인간이었다면 흘러가는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가족이 있으니 좀 더 나은 내가 되려 시간을 쪼개어 애쓰고 노력했다. 이것은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