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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Jul 03. 2023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완벽한 밭

완벽함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뒤를 되돌아봤다.


이제 열심히 살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의미 없이 헛된 일에 열심히 살았던 나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못하고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그렇게 나는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번엔 다를 거야."


라고 말하는 것도 이젠 스스로 눈치가 보인다.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 관계에서 언제나 나는 철저히 '을'이었으므로 '갑'은커녕 한 번도 동등한 입장이 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내가 바친 열정은 그들에겐 단순한 노크였을 뿐. 열어달라고 힘차게 두드렸던 그 노크소리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을 터다. 절대 그 문은 열리지 않았고 열린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이렇게 또다시 문 밖에 홀로 서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로. 


지나간 일을 생각해 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실은 이번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실망해 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니 딱하기 그지없다. 


이럴 거면 그냥 혼자가 좋지 않아? 왜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려 애쓰는 거야?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 제발. 도대체 이게 몇 번 째니. 


또 다른 마음속 내가 세차게 나를 다그친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그들도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슬프다. 다시 끝이 안 보이는 늪 속에 던져진 느낌.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 눈물이 되어 뚝뚝 흐른다. 울고 또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서 눈물을 흘렸다. 나이가 들며 우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들은 그렇게 쉬이 회복이 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내가 문제인가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그들 앞에서 완벽해 보이려 발버둥 쳤던 그 모습이 질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문제를 자꾸 찾으려니 슬퍼졌다. 최근 급속하게 다시 안 좋아진 몸상태 때문인지 몰라도 쿡쿡 쑤시는 마음만큼 온몸이 쿡쿡 쑤시는 듯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더니. 진짜다. 지금 어느 하나도 완벽하지 않다. 내 마음속 밭은 메말라 비틀어진 황무지처럼 변해버렸다.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선물을 받은 그림책이었는데 책을 받고 읽자마자 그만 눈물이 왈칵 나버렸다. 완벽한 수박밭을 지키는 앙통씨의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아서. 하나라도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나 같아서. 완벽하면 완벽해질수록 높아져만 가는 불안감과 끝이 없는 우울함이 지속됐던 건 완벽함을 지키려는 나의 욕심 때문이었던 거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완벽하지 않은 밭은 더없이 완벽해 보였다.  누군가가 함께 해야 이 밭이 완벽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혼자서도 이 밭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 완벽하지 않은 나의 이 모습도 분명 누군가에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 테니까. 겉으로는 울퉁불퉁해 보이지만 속은 어느 수박 못지않게 달콤하다는 걸. 그 달콤함을 알아줄 친구를 기다려본다.



이미지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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