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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Jul 07. 2023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학창 시절 정말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계속 같이 나왔고 대학교는 달랐지만 우리는 꽤 이야기가 잘 통했고 좋아하는 취미도 같았다. 성인이 되어 회사원이 되어도 수시로 만나 흔히 말하는 '덕질'도 하며 같이 여행도 했다. 내가 결혼을 하더라도 우리 사이는 이렇게 쭉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건 우리에겐 절대 통하지 않는 얘기라 생각했다. 우린 진짜 친구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아직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달려가서 먹었던 분식집의 떡볶이 맛이 생각난다. 그땐 뭘 해도 즐거웠다. 친구란 존재가 그렇듯 옆에만 있어줘도 힘이 나니까. 내가 그 친구를 위해서라면 그 친구도 나를 위해서 뭐든 다 해 주리라 생각했다. 계산하지 않는 관계. 친구라면 그래야 하는 거잖아?


문제가 뭐였을까?


이미 일이 지나가고 난 뒤 깨어진 관계를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나의 잘못이던 그 아이의 잘못이던 이 관계에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서서히 끝이 났다는 것이다. 십몇 년을 알고 지냈더라도 말이지. 혹시나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핸드폰에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지도 못했다. 우리가 싸운 건 아니니까. 만약 잠시 나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 이러는 거라면 언젠간 돌아오겠지 생각했다. 




시일이 좀 지난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잘 지냈어? 이번에 나 친정에 내려가는데 주말에 잠깐 좀 볼 수 있을까?


나 이번 주 회사일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어. 


아... 어차피 너 우리 집 근천데 잠깐 나와서 커피마실 시간도 안돼?


아니, 주말에 쉬어야 다음 주 회사 갈 수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보자.


하지만 다음은 없었다. 몇 개월 만에 내려가는 친정이었기에 자투리 틈을 타 만나고 싶었지만 그건 나의 바람이었다. 그 친구는 이제 날 만날 마음이 없었다. 그땐 진짜 그 친구가 주말에 쉬고 싶어서 나를 못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만나자고 하는 게 부담이었을까?

역시 아이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자고 한건 나의 욕심 아니었을까?

그래도 말이야, 우리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었다.

정확한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입 끝에서 맴돌기만 할 뿐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삼켜졌다.


그 후 일 년이 지났다.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된 건 다른 친구의 돌잔치 자리에서였다. 우린 어색하게 인사했고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떨어져 있어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관계는 이제 끝이라는 걸. 이제 이 돌잔치가 끝나면 우린 영영 볼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라는 걸. 서로에게 안녕이란 인사를 하고서 돌아섰다. 안녕, 친구야. 너와의 추억은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께. 그동안 나와 친구 해 줘서 고마워.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망설이는 나 같은 주인공이 있다. 과연 전학생이 나쁘기만 한 친구였을까? 내가 그 친구의 오징어튀김 속 오징어를 홀랑 뺏어 먹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설령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관계는 무의식 중에 어긋나기 시작하고 의식이 깨어날 때쯤 산산이 부서진다. 한 번쯤 의식이 깨어 있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친구에게 했다면 이 관계는 회복할 수 있었을까? 우리 모두는 그렇게 열심히 기억의 테이프를 되돌려 보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친구의 전화를 피하고 싶어 번호를 저장해 두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때 노래방에서 화를 냈다면 어땠을까?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중에서 


가끔은 꿈을 꾼다. 교복을 입고서 꺌꺌 거리며 교실에서 수다를 떨던 그때를. 너와 내가 친구였던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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