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슬리 ep22 : 내가 사랑한 가수 장국영 (7)
他说:
“我不是一个贪心的人。我希望的就是如果有朋友问起你们八十年代的香港歌星里面都是谁,你们随便提起我,我就很满足了。”
그가 말하길 :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내가 바라는 건, 사람들에게 80년대 홍콩 가수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나를 떠올리는 거야. 난 그거면 만족해."
어느 4월 1일, 장국영의 사진과 함께 양조위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이다. 생전의 그가 한 말이었다며.
80년대의 홍콩 가수 중 하나로 자신을 떠올린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했다는 레슬리. 본인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끄덕끄덕 수긍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그렇다고 욕심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홍콩의 80년대, 그리고 나아가 90년대를 대표하는 홍콩의 가수이자 배우로 팬들의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수많은 선배와 후배들의 목소리를 빌어 2020년의 현재에도 수많은 이들을 찾아가고 있다.
사실 그의 커버곡은 꽤 많아서, 몇 곡을 추려서 소개하기가 참 어려웠다. 모든 노래들이 하나하나 자신들이 바라본 레슬리를 재해석한 것이기에 이 노래는 이래서 소개하고 싶고, 저 노래는 저래서 꼭 빠뜨리고 싶지 않은 팬으로서의 욕심.
그래서 플레이리스트에 모아두었던 곡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다시 듣고서 이번에도 꼭 다섯 곡을 다시 추려보았다.
이미 아는 곡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다른 이의 목소리를 빌어 레슬리를 다시 한번 새롭게 느껴보는 기회가 되시길 바라본다.
80년대 홍콩의 유명 가수이자 DJ인 황개근이 2016년에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櫻花の時期(벚꽃이 필 때)>에 수록된 곡이다.
사실 이 곡은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80년대 중후반 레슬리의 목소리와 창법이 매력적으로 표현된 곡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곡은 그가 온통 빨간색으로 된 턱시도를 입고 등장한 그 유명한 앨범의 타이틀곡이지만, 그즈음의 다른 히트곡들에 묻혀서 그다지 빛을 못 본 곡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너무나도 셌다. <當年情(당년정)>과 <有誰共鳴(유수공명)>이 훨씬 더 인기를 얻었으니 말이다.
이 곡은 일본 가수인 上田正樹(마사키 우에다)가 부른 <悲しい色やね(슬픈 색이네요) 〜 Osaka-Bay Blues>를 장국영이 직접 개사한 곡이다. 전갈자리로 태어난 그녀와의 불처럼 뜨거운 사랑을 노래한 가사 때문인지, 원작의 뮤직비디오에는 전갈이 그려진 네온사인 아래에서 노래하는 장국영과 쉬지 않고 화면을 뒤덮는 3G 불길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노래를 다시 부른 황개근의 뮤직비디오에도 3G 인공 불길이 등장한다! 뮤직비디오 자체는 꽤 멀리까지 로케이션을 해서 촬영한 것 같지만, 그에 비하면 살짝 촌스럽고 밋밋한 결과물이구나 싶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게 화면에 등장하는 불길을 보니 괜히 반가워진다. 그리고 늘 레슬리의 격정적인 목소리로 듣다가 다소 담백하다 싶은 듣는 <愛火>도 나쁘지 않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황개근은 레슬리만큼이나 다재다능한 사람인데, 라디오 DJ로 시작해 가수, 소설가, 사진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또 다른 리메이크 앨범을 하나 냈다. <十里春風(십리춘풍)>이라는 이름의 앨범에서 그는 장국영, 등려군, 밴드 비욘드의 황가구 등 과거 홍콩에서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모아 불렀다. 이 앨범에서 다시 부른 노래는 <春夏秋冬(춘하추동)>이다. 이 노래도 함께 들어보시길 권한다. (링크)
데뷔 시절부터 장국영을 닮을 것으로 유명했던 홍콩스타 장지림.
그는 90년대 레슬리의 단골 상대역이었던 원영의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최근에는 부부동반으로 각종 예능에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이 부부는 레슬리와의 인연으로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홍콩스타들이기도 하다.
특히 한때 레슬리를 짝사랑한다는 정체불명의 소문까지 났던 원영의는 몇 해 전 4월 1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아들인 Morton이 TV로 레슬리의 콘서트 영상을 보는 사진을 올려 묘한 감정이 들게 했다.
그리고 2016년, 장지림은 본인의 콘서트에서 아주 독특한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흰 셔츠를 입고 무대 위에 올라 "이 노래는 원곡을 부른 이에게 보내는, I miss you so much라는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라는 말과 함께 <想你(그대를 생각하며)>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와 동시에 무대 뒤에는 고별 연창회에서의 레슬리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장지림은 한 소절 한 소절 노래를 부르며 고별 연창회에서 선보인 레슬리의 동작들을 마치 안무 인양 그대로 따라간다.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려 가는 것이며,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재현해내는 모습을 보며 장지림이 얼마나 여러 번 장국영의 영상을 보고 또 돌려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에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드는 무대였다.
비록 마치 근육 자랑이라도 하듯 셔츠를 모두 벗어던지는 행동은 좀 과했다 싶긴 하지만, 팬으로서 볼 때마다 늘 고마운 마음이 드는 무대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哥哥라 부르는 장국영을 나 홀로 '엉클 레슬리'라고 불렀던 여자, 막문위.
1977년 레슬리가 아시아 송 콘테스트에서 2위로 상을 받을 때 화동이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그를 ‘엉클’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유독 레슬리와 함께 한 작업이 많다. 영화 <색정남녀>의 상대역이었으며, <과월 콘서트>의 장기 게스트였고, 연작 뮤직비디오인 <紅(홍)>과 <偷情(몰래한 사랑)>의 여주인공이었던 것뿐만 아니라, 레슬리의 감독작인 공익영화 <연비연멸>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때 남자 친구였던 풍덕륜 또한 레슬리가 직접 소개해주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레슬리는 정말로 조카를 아끼듯 막문위를 살뜰히 챙겼던 모양이다. (아 부러워라)
그래서 그녀는 레슬리의 생일이나 기일이면 잊지 않고 SNS에 그를 기리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2017년 4월 1일에는 이런 글을 남겼다. 레슬리로 인해 막문위의 팬이 되기도 한 나는, 우연찮게 그녀가 이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직후에 보게 되었는데.. 한참 동안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글을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永遠記得你給我提攜,給我機會和你演戲、唱歌。
당신이 나를 도와주고, 당신과 함께 연기하고 노래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어요.
永遠記得你給我教導,在舞台上必須做到「姣、靚、型、寸」。
당신이 무대 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던 4가지 - 「아름다움, 멋짐, 형식, 디테일」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어요.
永遠記得我們相聚的時光,那些畫面依然深深印在我腦海。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내 머릿속에 아주 깊이 남아있는 그 장면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어요.
最親愛的Uncle Leslie
가장 사랑하는 엉클 레슬리
我永遠記得你, miss you much!
나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어요, miss you much!
Karen❤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엉클 레슬리의 조카였던 막문위도 데뷔 25년을 맞은 중견스타가 되었다. 그녀는 지난해 내내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월드투어에 한창인데, 장국영의 생일인 9월 12일에는 파리에서 무대에 섰다. 이 날 막문위는 엉클 레슬리를 추억하며 그의 노래 <明星(별)>을 불렀다.
관객이 직접 찍은 영상이라 화면이나 음향이 고르지는 않지만, 그래서인지 현장의 분위기와 감정은 더욱 더 잘 느껴지는 영상이다.
홍콩의 남성 2인조 그룹 Swing이 2012년에 발표된 레슬리 헌정앨범이자 공연인 <ReImagine Leslie Cheung>에서 부른 곡이다.
사실 이 곡은 Swing의 멤버 중 하나인 Eric Kwok이 작곡했는데, 리메이크하면서 자신들의 대표곡인 <那邊見(그곳에서 만나요)>과 절묘하게 믹싱 했다. 노래 중간에 들리는 “See you on the other side”라는 구절이 바로 이 곡의 일부인데, 왠지 ‘other side’에 있는 레슬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해서 한층 더 여운이 남는다.
인기 작곡가인 동시에 가수인 Eric Kwok은 다른 홍콩 인기가수들에게 주었던 곡을 모아서 본인이 다시 리메이크하는 앨범을 내곤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다시 부른 노래들은 대부분 원곡 대비 경쾌하게 바꾸어서 부른다는 것인데, 이 곡 역시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 장국영의 원곡과 달리, Swing이 부른 버전은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ReImagine Leslie Cheung> 콘서트 실황을 보면, Swing은 이 노래를 부르며 아예 덩실덩실 춤까지 춘다. 사실 그 모습을 보면 조금 깨긴 하지만, 경쾌하게 듣는 이 곡도 난 꽤 좋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229oOO8CPY
이번에 소개할 곡은 기성 가수가 부른 것이 아니라, RU라는 이름의 음악 유튜버가 커버한 레슬리의 노래이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중화권의 유명곡들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업로드하고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덕분에 알게 된 곡인데, 레슬리의 슬프고 애처로운 느낌과는 사뭇 다른 버전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곡, <玻璃之情(유리의 사랑)>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픈 노래이다. 아프면서도 늘 다시 찾아 들을 수밖에 없는 노래. 그의 사후에 발매된 유작앨범에 수록된 미발표곡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사의 내용과 그것을 불러낸 레슬리의 목소리 모두 참 슬픈 곡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노래가 마치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인사처럼 들린다.
如果你太累
만약 당신이 지쳤다면
及時地道別沒有罪
언제든 헤어지자 해도 당신 탓이 아니예요
牽手來
손을 잡고 왔다가
空手去
빈 손으로 돌아가야겠죠
就去
그래야겠죠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마음과 사랑을 노래하며, 한때 아꼈던 장난감을 이따금씩 기억하듯 나를 기억하겠느냐는 가사는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마치 팬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렇게 두 번에 걸쳐 10곡의 노래를 소개했다.
비록 레슬리의 신곡은 더 이상 없겠지만, 이렇게 다른 이들이 부른 그의 곡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때로는 숨바꼭질 같은, 때로는 보물찾기 같은 팬질을 하고 있다.
아직도 내가 찾아낼 단서들이 더 많이 남아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