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슬리 ep30 : 그 남자 작사, 그 남자 작곡 (1)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레코딩 아티스트이자 퍼포머인 우리의 레슬리. 하지만 그에게는 의외의 면모도 많다. 자신이 부른 곡만 써낸 것이 아니라,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기도 하는 '작곡가'이자, 정말로 상상조차 못 한 곡의 가사를 써낸 '작사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주에 걸쳐서 그가 작곡하고 작사한 곡들을 시리즈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z7fSfk9LM
개인적으로 영화 <동성서취>의 하이라이트는 삼공주(임청하)와 그녀를 사랑하는 황약사(장국영), 그리고 신선이 되기 위해 황약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만 하는 단왕야(양가휘)가 펼치는 환장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소시지 입술을 하고 오리가 된 구양봉(양조위)도 있고, 남장도 모자라 남색 연기까지 펼치는 주백통(유가령)도 있지만..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에서도 최정점을 찍는 장면은 술에 취한 장국영이 단왕야를 그만 삼공주로 잘 못 알아보고 그와 러브송을 부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웃긴 장면에서도 발군의 댄스 스텝을 선보이는 레슬리를 볼 때마다 '쓸 데 없는 고퀄리티'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바로 이 곡의 작사가가 다름 아닌 레슬리 본인이다. (두둥)
황점이 작곡을 하고, 장국영이 작가를 한 곡인데, 둘은 노래도 정겹게 함께 불렀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어쩐지 둘이 나란히 앉아서 킥킥대며 곡을 쓰고 녹음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원래 존재하는 광동 오페라쯤 되는 줄 알았는데, 가사만 보면 정말로 멀쩡한 광동 오페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싶다가도 영상과 함께 보면 졸지간에 코미디가 되어버린다.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긴 가사라고 해야 할까.
자, 그러면 작사가 장국영 선생의 솜씨를 함께 확인해볼까.
作詞:張國榮 / 作曲:黃霑 / 演唱:張國榮、黃霑
작사 : 장국영 / 작곡 : 황점 / 노래 : 장국영, 황점
張:美嬋娟 千載難見 蘭麝香气使我極暈眩
당신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미인이네요.
그대에게서 풍기는 난꽃 향이 나를 어지럽게 해요.
黃:你實在夸我真不淺 霧里之花 何值你想見
칭찬이 과하시네요. 어찌 안갯속의 꽃과 만나려고 하시나요.
張:好姐姐 渴望与你相見 你絕代姿色艷羡似仙
예쁜 누이, 나는 그대와 만나기를 갈망한다오.
당신은 선녀보다도 아름답군요.
黃:系唔系唧者
정말이에요?
張:万般优美盡入眼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두 아름답구려.
黃:系唔系唧者
정말이에요?
張:我三世有幸能遇儂面 痴心早与你相牽
세 번째 생에서 당신을 만났으니 행운일 따름이지요.
어리석은 마음은 이미 당신을 만났지요.
黃:咁倆相牽 今晚舞翩翩 倆相牽 今晚舞翩翩
둘이서 오늘 밤 나풀나풀 춤춰요.
둘이서 오늘 밤 나풀나풀 춤춰요.
張:舞翩翩啦 我倆手拖手 愛比金堅 共處相思店
나풀나풀 춤춥시다. 우리 둘이 손잡고.
사랑은 금보다 견고하니, 함께 머무르며 서로 아끼고 사랑합시다.
黃:哎呦 共處這酒店
아이야, 함께 이 호텔에서 머물러요
張:有情天 心互獻 情語此際傾訴盡綿綿
정을 나누고 서로 마음을 바칩시다. 사랑의 말을 끝없이 나누어봅시다.
黃:夢幻般似的初戀 我弱脆芳心 難受你欺騙
꿈꾸는 것 같은 첫사랑이에요.
나는 마음이 약해서 당신이 날 속이면 견딜 수 없을 거예요.
張:好姐姐 你莫說我欺騙 与你日夜相依浪漫似仙
아리따운 누이, 내가 당신을 속인다고 말하지 마요.
그대와 신선처럼 낭만적인 밤낮을 보내고 싶다오.
黃:系唔系唧者
진심이에요?
張:盡傾心意夜夜痴纏
온 마음을 다해서 밤마다 그대를 사랑하리.
黃:系唔系唧者
진심이에요?
張:一切早注定 祈望如愿 今生今世倆相戀
모든 것은 소원했던 대로 진작부터 정해져 있었소.
서로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 합시다.
黃:咁倆相戀啦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어요.
張:一于倆相戀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오.
黃:倆相戀
서로 사랑에 빠져
黃:愛比金堅 与你分不開 永久心相牽
사랑은 금보다 견고하니, 당신과 헤어지지 않고 영원토록 함께 하겠어요
合:做對相思燕 (好哥哥 好姐姐) 做對相思燕
서로 사랑하는 제비처럼
(아리따운 오빠, 아리따운 누이) 서로 사랑하는 제비처럼
* 가사 검수 : 홍두리님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gdjNxd7_iU
황익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이지만, 한때 홍콩에서 '장국영의 후계자(張國榮接班人)'라는 닉네임을 불렸던 인물이다. 또한 의외로 한국과도 살짝 인연이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장국영의 후계자'라 불린 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는 매염방, 여명, 정수문, 허지안, 두덕위, 코코리, 주혜민, 정이건 등 어마어마한 스타들을 발굴해낸 TVB의 신인 발굴 오디션 <新秀歌唱大賽(신수가창대회)> 출신인데, 이후 음반사와 계약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2년 넘도록 앨범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홍콩 판 주제곡을 부르면서 점점 얼굴을 알리게 되었고, 새 얼굴이 필요했던 음반사에서는 황익이 <新秀歌唱大賽(신수가창대회)>에 레슬리의 히트곡인 <Stand Up>으로 참가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런데 이게 웬 우연인가! 마침 그 음반사가 당시 레슬리도 몸담고 있던 Cinepoly(新藝寶/시네폴리)였던 것.
덕분에 그는 음반사의 대대적인 홍보 아래 '장국영의 후계자'라는 전략적 타이틀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황익의 노래실력을 인정한 레슬리는 그의 첫 번째 정규앨범을 위해 이 곡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이 곡 <太陽傘下(파라솔 아래)>는 통통 튀는 리듬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인데, 어쩐지 80년대 레슬리의 댄스 메들리와 유사한 느낌이다. 덕분에 들을 때마다 노래에 레슬리의 목소리를 입혀보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너스 트랙 하나,
황익이 1986년 <新秀歌唱大賽(신수가창대회)>에서 불렀던 <Stand Up>도 함께 감상해보시라.
좀 뻣뻣하긴 해도 춤추면서 노래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발군의 실력인 듯한데 왜 수상을 못했을까 싶다. 하지만, 그해 참가자들의 면면이 어마무시하다. 우승 문패령, 2위 허지안, 3위 여명... 수상권 밖에는 관숙이, 원봉영도 포진해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대회였던 것이다. ㅎㄷㄷ
https://www.youtube.com/watch?v=ntp8hD62cU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