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에서 만나요 : 2월의 글세
해마다 수능이 치러지고 나면 신문에는 그 해의 수능 만점자 인터뷰가 실린다. 사실 올해나 내년이나, 10년 전이나 인터뷰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기사를 읽어보면 결과는 늘 '역시나'이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교과서로 공부했습니다.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과외는 받지 않았고..."
어디서 수능 만점자 전용 문답집이라도 판매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매년 그들의 비결은 비슷하다.
그래서 볼 때마다 맥이 빠진다. 어쨌든 결국 기본에 충실했다는, 그런 말이 아니던가.
기본이라.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힘든 것이라 여겨지는 '평범'만큼이나 버겁고 난해한 단어이다. 기본이란 단어가 '기초'와 '근본'이라는 뜻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매일 초치기하듯 일상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지쳐 죽겠는데 어느 세월에 기초와 근본을 따진단 말인가. 그래서 세상엔 속성, 단기간, 비법, 노하우, 꼼수 등의 유혹이 따라붙는 것일 테다.
사실 나는 "기본에 충실한다"는 말이 그 어느 영역보다도 절실하게 적용되는 카테고리가 바로 '다이어트'라고 생각한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살은 빠진다는 만고의 진리이자 기본.
하지만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쉽단 말인가. 아침이면 직장이든 학교든 어딘가에 얼굴을 비춘 다음 저녁이 될 때까지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에서 기본을 지키기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덜 먹으라고? 그러면 하루 종일 머릿속에 온갖 메뉴들이 동동 떠다니는 것과 싸워하고, 뱃속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도 이겨내야 하는데?"
"더 움직이라고? 운동 따위 하지 않아도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로기 상태가 되는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늘 기본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비법'을 찾게 된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다이어트 방법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늘 기본보다는 꼼수를 연구해왔기에,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고 모르는 방법이 없다고 (참으로 이상한 대목에서) 자부한다.
다이어트 인생 24년, 그동안 시도했던 방법들을 한 번 이야기해볼까나.
굶어도 보았고,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도 해보았고, 하루에 6시간 동안만 먹는 간헐적 단식도 해보았다. 어디 그뿐인가. 탄수화물을 끊고 지방을 늘여보기도 했고, 밀가루를 끊기도 해보았고, 채식과 생식까지도 해보았다.
그래서 어느 시즌에는 "나는 붉은 고기를 먹지 않겠다"며 돼지고기를 굽는 회식자리에 생선초밥을 테이크 아웃해 나타난 적도 있고, 물에 불린 생쌀을 오독오독 씹으며 일을 했던 경험도 있으며, 반대로 그 쌀을 불에 볶아서 과자처럼 우적우적 먹기도 했었다.
반면에 먹는 것으로는 도저히 타협이 안될 것 같다며 과감히 운동을 선택했던 시기도 있었다. 점심시간마다 체육관으로 달려가서 손발이 덜덜 떨릴 만큼 격렬하게 킥복싱을 했던 적도, 필라테스에 푹 빠져서 살을 빼고 나면 강사 자격증을 따 볼까 하는 궁리를 했던 적도, 요가가 주는 정중동에 매료된 적도 있었다. 퇴근을 하고는 회사 1층으로 내려가서 건물 꼭대기층까지 헉헉거리며 계단을 탔던 시기도 있었다. 줌바댄스도 해보았고, 태극권을 배운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으려고 애쓴다.
약은 먹어본 적이 없느냐고? 왜 없겠는가. 한방 다이어트로 시작된 나의 다이어트 약 연대기는 작년까지도 유효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먹고 살을 뺐다는 식욕억제제, 다이어트 전문병원에서 처방받았으나 대체 성분이 뭐길래 이렇게도 살이 훅훅 빠지나 싶어서 무서웠던 처방약, 직장동료의 부추김에 못 이기는 척 구입했지만 어지간한 영양제만도 못했던 다이어트 보조제, 멕시코에서 날아온 '신비의 명약'이라는 나무뿌리 토막도 먹어보았고, 당뇨 주사처럼 생긴 주삿바늘을 아침마다 뱃살에다 찔러 넣은 적도 있었다.
식이요법, 운동, 약, 시술.. 사실 나의 장구한 다이어트 역사에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그 시즌의 가장 핫한 다이어트 방법을 쇼핑하듯 골라서 해보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 늘 거기서 거기다. 드디어 체중 앞자리가 바뀌었나 싶다가도 다음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곤 한다.
사실 내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것은, 내가 시도했던 방법들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었고, 그것을 선택해서 체중감량에 성공한 사람들도 꽤 많은, 나름대로 '믿음직한' 방법들이었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그렇게 꼼수로 택한 방법 안에서조차 꼼수를 찾곤 했으니까.
한 번 더 고백을 하자면 나는 무엇 하나를 끈기 있게 해내는 편이 못 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들을 저글링 하듯이 해내는 것은 바로 그 '꼼수' 덕분이다. 나는 기본과 정도를 지키며 꿋꿋하게 무엇인가를 돌파해나가는 편이라기보다는, 온갖 꼼수와 요령을 부려가며 '가늘고도 길게' 남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얇은 끈을 붙들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결국 그동안 내가 해왔던 다이어트를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한 가지 방법만으로 다이어트를 성공시켜낼 만한 지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매번 다른 방법들을 적용하는 바람에 어제의 논리와 오늘의 논리가 늘 충돌한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고기를 끊었다가, 그다음 순간에는 고기만 먹어대고.. 이러다 보니 이쯤 되면 내 몸도 '얘 또 시작이네, 어디 본때를 보여줘야겠어'하며 온몸의 지방에 강력한 경계 지령을 내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지자면, 그것 또한 결국 다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장황하게 다이어트 실패의 변을 늘어놓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실 나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가 그러하듯 '꾸준함이 없는 나조차도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찾아 헤매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의 결론.
여기, 지구력 부족 환자에게 딱 맞는 신박한 다이어트법 제보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