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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희 Sep 12. 2020

나의 레슬리, 나의 장국영.. 벌써 1년

나의 레슬리 ep 45

9월 12일이다.

그의 생일이다. 홍콩이라면 예순네 번째일 것이고, 한국이라면 예순다섯 번째일 생일이다.


그리고 어느 유행가 제목처럼, 벌써 1년이다.

<나의 레슬리>라는 소박한 듯 거창한 제목의 글을 시작한 지, 어느새 1년이다.


이 글이 시작되었던 2019년 9월 12일.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주저하고 망설이며 첫 글을 발행하고는 지인과 함께 후암동의 '춘광사설'에서 '장국영' 토마토 라면을 먹었다. 축축하게 젖은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풍계속취>의 멜로디를 흥얼거렸던 것 같다. 라면에 곁들였던 '장국영 칵테일'에 취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즈음의 나는 점점 더 그의 소식이 흐릿해진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저마다 장국영이라는 커다란 광장에 홀로 남아있다고 여기고 있을 다른 이들과 무언가를 나누고 싶었다. 어쩌면 이 거대한 광장에 나 혼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 나와 비슷한, 혹은 상반된 추억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오래 전의 인연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감사하고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반면에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한 편씩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흑역사도 함께 튀어나왔으니까.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곱씹다 보니 기억을 하는 줄도 몰랐던 기억이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되살아났다. 쓰는 내내 혼자 행복과 창피함을 오가다 보니 이렇게 훌쩍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무엇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축하할 수 있는 9월 12일을 맞았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2020년 9월 12일,

날짜가 바뀌기를 기다려 애플뮤직에서 <春夏秋冬 A Balloon's Journey>를 찾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피아노 선율에 어우러지는 특유의 목소리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U1mnIMlcZk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려 이번에는 유튜브의 유니버설 뮤직 홍콩 계정에 올려진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이번엔 울컥, 무언가가 마음을 세게 눌렀다가 지나간다.


이 감정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사람과  손으로 만나, 도리어 그에게  선물을 받아 들고 돌아오는 기분이다.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결국 가장 하고픈 말은 이 말 한 마디일 것이다.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나의 국팔 씨, 나의 레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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