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이클, 그리고 다음 사이클
9월 16일에 밑에와 같은 글을 올린 이후에 나와 남편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https://brunch.co.kr/@mylifegoeson/99
대화에서 가장 중점은 나는 '워킹맘'이 얼마나 힘든지 남편이 이해 못 한다, 였고 남편은 '워킹맘'들은 아이들과 커리어밖에 관심이 없어서 남편에게 정말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그로 인해서 본인을 배제하는 결정들을 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갈등이 깊어진 것은 성격차이도 있었다.
내가 남편을 생각한답시고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주말 내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남편은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아이들과 있는 시간에 많은 아빠들이 그러하듯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을지언정, 그렇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애들 캠프를 보내려고 간 싱가포르에서, 거기서 만난 엄마들과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노느라 본인이 혼자 저녁 먹게 된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나 같았으면? 그런 혼자만의 시간은 정말 Welcome이다 (사실 많은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성격인 듯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본인이 나의 priority에 너무나도 뒤에 있다고 오랫동안 느껴왔고, 그 과정에서 절대 나의 고집을 꺾지 않고 나의 주장만 관철시켜 왔다는 점에 대해서 화가 난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대화의 단절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둘 다 회사에서 여유 없이 일할 나이에 아이 둘을 낳고 길렀다. 물론 양가 부모님의 도움도 있고, 비싸게 이모님을 쓰기도 했지만 삶은 힘들었다. 둘 다 중간 관리자로서 중간에서 끼여서 회사에서도 힘들었고, 집에서는 주말마다 익숙지 않은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금은 둘 다 이뻐서 어쩔 줄 모르는 둘째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참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재정관리도 따로 했다. 집을 매매할 때 빼고는 계좌를 합쳐본 적이 없고, 비용 계정들을 나누어서 관리했다. 서로 대략 얼마가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서로 허튼 곳에 돈을 쓰지 않으리라는 믿음하에 나도 남편도 어디에 얼마 쓰는지 뭘 사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남편의 말투는 남자들이 많은 회사에서의 말투 바로 그것이었다. 본인에 대한 기대가 높고, 남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남편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 엄마로서나 아니면 회사원으로서나 - 그대로 다 말했다. 나는 그런 말투에 매우 예민했고, 상처받았고, 그래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 특히나 아이들 교육이나 나의 커리어 결정에 있어서 - 남편 말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서 풀거나 결정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포기했다'라고 말했고 나는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 되었고, 작년에 accelerate 된 이후 이번에 다시 터진 것이다.
한번 터지고 나면 단기간은 괜찮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이 좀 컸다 뿐이지, '커리어가 중요하다고 보이는 와이프'인 나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또 다른 사이클이 올 것이다. 나의 커리어가 애널리스트에서 아직도 바뀌고 있는 과정이고, 안정화되지 않아서 다른 부분 - 집안일이나 남편에 대해서 - 에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인 뻔한데 (일도 하시고, 애들도 잘 보고, 요리도 잘하고, 집도 예쁘게 꾸미시는 분들은 어떻게 다 그렇게 잘하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다음의 사이클을 한번 더 올 것이고... 다음 사이클을 조금 덜 요란스럽게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확실한 해결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이 상황에서 솔직히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 둘 다 젊어서 -라는 말도 들었는데, 그럼 언제가 되면 젊지 않아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생각한 반응이 아닌 적도 너무 많고.. 참으로 아직도 너무 어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