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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Sep 11. 2024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1년, 다시 공립으로 가다  

(저희 가족이 겪은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하루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글의 시작은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공립으로 옮기고 난 후, 비인가 학교에 대해서 너무 화도 나고, 관련해서 많은 엄마들이 나처럼 고민을 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쓴 글이었다. 벌써 6개월 정도 된 일이지만 어제 첫째가 다니는 공립학교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정말 좋으신 분이고, 워킹맘으로서 참 감사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다. 그 당시에 너무 화가 많이 나서 글을 엄청 길게 써 놨어서 두 번에 걸쳐서 올리려고 한다. 이번 글은 비인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쓰고, 다음 글은 그 이후의 피드백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우선 결론적으로, 워킹맘으로서 아이 둘 다 같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지금이 마음이 훨씬 편하고, 아이들도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금 고학년인 첫째는 한국학교 3학년을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보냈다. 미국으로 치면 G3 2학기와 G4 1학기를 보낸 것이다. 이유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보내는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하듯 1) 조금이라도 어릴 때 영어에 친숙해지고 2) 강남구에 있으나 대치동에 있지 않아서 그나마 분위기가 유하다는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참 좋으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였다 3) 또한 학교가 커서 비인가라고 하더라도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결론은 전혀 아니었다). G3 2학기에 시작을 한 첫째는 (3월부터 시작), 처음에는 언어와 빨라진 등교시간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버스를 7시 40분에 타야 했다) 이내 적응을 하고 6월까지 즐겁게 다녔다. 


여름방학 이후 9월에 G4로 들어가고, 아이는 커리큘럼이 학습적인 면에 포커스가 되면서 조금 힘들어하는 듯했다. 빨라진 버스 시간도 그렇고, 특히 10월 들어서 많이 피곤해했다. 짜증을 동반했고,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본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학교 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1) 숙제를 까먹거나 안 챙겨 갈 때는 ‘no recess’가 주어져서 속상하다 2) 선생님한테 많이 혼난다 라는 이야기를 했고, 세 번 정도 계속 들은 이후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아보고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상 아이의 말이 100%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문의를 했더니 학교 행정실에서 무조건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이때부터  조금 황당했지만, 담임 선생님에게 영어로 이메일을 보냈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해서 ‘no recess’를 받는 것에 대해서 policy니까 당연히 동의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요새 학교에서 오면 약간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혹시 내가 집에서 도와줄 일은 없는지, 또한 내가 알아야 하는 아이의 피드백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이게 학기기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난 10월 말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어떤 때는 숙제를 열심히 해오지만 안 해 올 때도 있다고 했다 (엄마가 출장 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아빠랑 놀다가 빠뜨리고 그런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 할 때가 있어서, 다시 집중하라고 얘기해야 하는 아이라서. 아이가 집에서 우울해한다는 얘기가 놀랍다고 답이 왔다. 


마지막 문장에서 놀랐지만 – 아이가 우울해하는데 왜 놀라는 거지? – 우선은 그렇다면 아이가 집중을 더 하고, 숙제를 잘 챙겨가도록 노력하겠다. 그런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으니 만나서 잠깐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 후 선생님과 상담시간까지 잡았다. 


내가 이 학교에 대해서 엄청나게 실망을 하게 된 것은 그 이후였다. 그다음 날 아침, 교장선생님에게 이메일이 왔다. 요지는; 1) 학부모-교사 면담 기간 이외의 미팅은 교장의 승인이 요구되며, 실질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2) 이 이메일로 미팅을 대신하고자 한다 (부모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닌 통보였다); 3) 학부모도 지난해 선생님들과 관련된 일부 뉴스를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데 (그 당시 서초동 모 학교에서 학부모 갑질에 관한 기사가 많았었다).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4) 이 문제에 대해 불만 사항이 있을 시 나에게 연락할 수 있는데, 학부모는 내 입장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그 이메일을 받은 날 오전에 자격증 시험이 있었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어서 아주 시원하게 망했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하고 있었는데, 우선 한국학교에서 있었던 학부모 갑질 뉴스들을 들먹인 그 부분의 뉘앙스는 상당히 rude 했다. 영어도 존대라는 개념이 없을 뿐이지 얼마든지 공손하고 친절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은 글에 보이는데, 그런 시도를 하나도 하지 않았음이 정말 대놓고 느껴졌다 (네이티브로 과거에 국제학교 교사를 했었던 친구도 같은 의견이었다). 글의 뉘앙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선생님의 미팅을 Head of School이 중간에서 가로막았다는 사실, 그리고 이 부분을 거의 통보하듯이 이야기했다는 사실, 또한 불만사항이 있을 때 연락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이메일로 시작했지만,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 그 누구도 아이가 괜찮은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상식 밖이었다 (지금 첫째의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아파서 결석하면 나보다 더 걱정하시는 것 같아서 민망하다). 


그날 밤 남편과 한 이야기는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것 자체가 영리 엄체인데, 결론적으로 그냥 아이가 한 명 정도 나가도 재정에 문제가 없구나 싶어서 이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defensive 하게 대응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심스러웠다. 


당장 아이를 뺄 수 없었기에, 나와 남편은 화는 많이 났지만 다시 이메일을 썼다. 우선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공립학교에서 올해 왔다는 사실 등 –학기 시작할 때 서베이에서 분명히 썼는데 담임선생님은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은 읽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로서 그래서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이메일을 썼다.  


생각해 보니 아이가 G3때도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공립학교에서 왔다는 사실을 학부모 교사 면담 기간까지 모르고 있었다. 원래 입학할 때 입학처에서는 아이의 상황을 담임선생님을 전달하니 그런 부분을 케어해 줄 것이라고 했었는데, 선생님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G3는 아이가 마무리를 잘해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그 당시에 시스템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고 느꼈음에도 그냥 지나간 것이 그 당시에는 후회가 많이 되었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나중에 학교가 왜 이런 식으로 대처했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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