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구조에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저번주는 교육으로 인한 출장이었다. 수요일쯤에 핸드폰이 자꾸 울려서 보니 최근에 '이모님, 세전 400 월급을 말씀하시다'의 쓴 글에 대한 알림이 10,000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같은 날 30,000을 넘어섰고 목요일에는 50,000을 돌파했다. 구독자도 늘어났고, 교육이 끝나는 저번주 금요일에는 70,000을 돌파했다. 애널리스트로서 내가 쓴 어떤 리포트의 readership과 비교도 안 되는 높은 숫자였다.
우선 내가 쓴 글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서 기뻤고, 답글을 남겨 주신 분들, 질문하신 분들, 따로 쪽지 보내주신 분들, 그리고 조언해 주신 분들 다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은 처음이라, 남겨주신 관심에 대한 후기를 써보기로 했다.
*이모님이 왜 오전 7시에 오셔야 하는지?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출근은 6시 50분이었다. 우리 집에서 광화문에 있는 회사까지 가려면, 6시 20분에는 나와야 했고, 그러려면 입주이모님 혹은 출퇴근 이모님의 경우 7시까지는 와주셔야 했다. 리서치는 아니지만,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은 출근시간이 9시 이기는 하나, 아침에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아니면 야근으로 인해서 아침에 쉬어야 했기에 이모님이 아이들을 챙겨주셔야 했다. 재택이 시작되고 나서 상황이 딱히 나아지지는 않았다. 특히 2021년의 주식 광풍 때는 상장업무 및 주가의 변동성으로 인해서 근무시간의 의미가 딱히 없었다. 미국의 어떤 애널리스트가 ‘My body is aching’이라는 말을 보스에게 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나도 정말 같은 심정이었다.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지 않은 지금은? 자산 운용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금은 애널리스트를 할 때보다 집에 더 없게 되었다. 지방 출장이 잦고, 솔직히 이렇게까지 집에 없어도 되는가 싶을 정도일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커리어에 대한 나의 욕심 때문이다. 집 근처에 있는 회사의 IR, 혹은 전략팀의 리서치 업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금융/주식/해외로의 확장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나의 욕심 때문이다. 그 부분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굳이 시터를 써야 하는지? 시터를 바꾸면 안 되는지? 어떻게 안 쓰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 고 있다. 그리고 댓글 달아주신 분 중에서 아침 시터와 오후시터를 나눠보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 우선 나는 남편이 아이들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댁 어른들도 마찬가지이시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사람 보는 눈이 좋아서, 알맞은 분으로 잘 구하시던데 나는 사실 그런 면에서는 젬병이다. 시터이모님들과 같이 한지 거진 10년인데, 아직도 사람을 잘 못 본다 (왜 이렇게 야무지지 못한가도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편도 옆에서 매우 불편해한다 (사실 그동안 내가 이모님을 바꾸려고 하면 남편이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바꾸어서 정말 많이 좋아지는지 잘 모르겠고, 내가 이모님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이모님을 쉽게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답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육아휴직을 그래도 받아들이는 회사인데 (아이가 만 9세까지), 나도 내년에 육아휴직을 3달 정도 써서 이모님의 구조를 바꾸어보고 싶다 (육아 휴직을 하는 과정이 험난하겠지만... 두 아이 엄마로서 한 번은 써보고 싶다).
*이모님을 관리하지 못하는 나. 나는 성격상, 그리고 오랫동안 혼자 일 해왔기 때문인지 이모님에게 요구를 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앓는 성격이다. 사회생활을 이렇게 오래 했는데, 참 나 자신이 어이없을 때도 있다. 댓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이 9시쯤 가면 2-3시까지 이모님은 간단히 정리를 하시고 필요한 반찬을 한두 가지 만드신 후 자유시간이다. 내가 좀 더 야무졌다면, 더 꼼꼼하게 정리를 부탁할 수 있는데, 참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내가 이모님을 관리하지 못한다고 남편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모님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정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모님을 구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이모님을 구하려면, 시터넷에 들어가서 구인을 하거나, 몇 개의 소개소에 전화를 해서 사진과 대략적인 소개를 문자로 받는다. 그리고 면접을 보고 나면 결정해야 한다. 회사에서 아무리 심층 면접을 보아도 좋은 사람 뽑기가 쉽지 않은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엄마들이 고민을 한다. 뽑고 나서도, 이것도 월급을 받는 ‘일’의 일종인데,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집안일이 눈에 안 뜨이는 일이고, 아이 보는 일이 점수로 매길 수는 없지만, 감정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가고, 사람이 좋은 게 좋은 거다, 소개소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엄마들은 답답한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파워는 보통 휴가를 쓰기 어려운 워킹맘 엄마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모님에게 있기에, 또한 소개소도 이모님이 많이 옮겨 다닐수록 좋기 때문에, 엄마들이 약자인 경우가 많다.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엄마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스스로 타협을 하고 같은 이모님을 계속 쓰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나의 경우 어린이집이 없는 회사를 다녔고, 아이가 처음에 어린이집 적응을 힘들어해서 이모님을 계속 썼었는데, 어린이집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요새 남편과도 많은 갈등이 있었고, 갑자기 아이도 아파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 쉬워지지가 않는다. 나의 욕심 때문인 걸까, 아니면 내가 더 야무져야 하는 건가, 이런 고민이 들지만, 아직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피곤한 가운데 브런치 글을 쓴 나에게 토닥토닥해 주면서 밤을 마무리해야겠다.
PS.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