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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성장일기
Aug 27. 2024
이모님, 세전 400 월급을 말씀하시다
이모님을 써본 사람들이 저출산 정책을 만드는 게 맞나요
이모님의 월급은 기존에는 세전 330이었다 (세후 290, 이모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모님 말로는, 내가 너무 주변 엄마들이랑 교류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세전으로 430 450까지도 주는 집이 많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갑자기 현재 290에서 360으로 (세전 400) 월급을 올려달라 하셨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회사원이 이런 인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 집은 저학년/고학년 아이 둘이다. 이모님은 오전 7시에 오셔서 5시까지 계신다. 하루에 열 시간, 한 달에 200시간이다. 290을 드릴 때는 시간당 14500이었고, 그것을 18000까지 올려달라 하신 것이다. 나와 남편은 당장 어쩔 수 없이 17000으로 합의를 보았다.
남의 아이들을 보는 일은 고귀하고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들의 활동을 최대한 밖으로 돌린다. 예를 들어 둘째는 월/수/금은 아침에 학교를 갔다가, 2시 반에 학교 앞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영어학원에 간다. 이모님은 등교와 학원버스를 탈 때 가방 바꿔주러 가신다. 6시 40분에 집에 오는 둘째를 나나 남편, 어머님이 픽업한다. 첫째는 등하교가 이제 자유롭고, 등원버스가 없는 학원만 이모님이 대중교통으로 도와주신다 (택시를 매번 불렀었는데 오히려 제시간에 오고 집 앞/학원 앞에 정류장이 있는 버스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침도 챙겨주시고, 오후에 간식도 챙겨주시고, 깔끔하게는 아니더라도 집안정리도 해주신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피곤하면 주무시기도 하고, 본인 볼일도 보신다.
청소는 내가 주도적으로 말씀드려야 신경 써서 해주신다. 그 점에 대해서 나는 많이 포기했다. 나도 보스가 없으면 일 덜하고, 회사 일이라 대충 할 때도 있는데, 이모님은 보스가 집에 없으니 딱 해야 하는 것만 하신다. 여러 이모님들과 지낸 십 년 차, 이젠 그러려니 한다.
어쨌든 해주시는 일이 많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여기서 불평해 봤자, 딱히 다른 옵션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우리가 딱히 퇴직금을 드리는 것도 아니다 (요구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모님을 쓰면서 이모님이 나가지 않게 학원에 또 돈을 쓰고, 이모님을 구하는 채널이 공식적이지 않으며 (여러 소개소들이 있고, 이들은 이모님들이 많이 옮겨 다닐수록 수수료가 많이 나와서 좋다, 그러니까 엄마들의 니즈와 정 반대이다), 이모님을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없고 (물건을 훔쳐가고 잠적하신 조선족 이모님도 있다), 이모님 가격이 인플레를 훨씬 넘게 오르는 것은 워킹맘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다. 딸을 전적으로 서포트해 주는 친정엄마가 없으면, 너무 힘든 일이다.
이모님이 내가 시세를 너무 모른다 해서 오랜만에 씨터넷 같은 곳에 접속을 했다. 보니까 아이 둘 입주 이모님 시세가 450이었다 (세전 540). 2007년 내가 둘째를 낳고 입주이모님 구할 때보다 정확히 두 배가 올랐다. 그리고 아이가 어릴 수도 휴가도 많이 드리고 보너스도 더 드린다. 왜 굳이 이모님을 구하냐고, 애들 알아서 자라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 아이 혼자 길을 건너다 사고가 난 게 우리 학교다.
결론적으로 친정엄마가 없이는 돈 쓰고 마음 쓰고 신경 쓰고 좋은 소리 못 듣는 게 워킹맘이다. 이모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고 남편과 시댁에서 눈총을 받기도 하고, 너무 예쁜 둘째 낳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가끔씩 주변에서 친정엄마가 주도적으로 봐주는 언니들이 부럽고, 그렇지 못하는 엄마를 원망도 했다. 나를 헌신적으로 키워준 엄마를 원망할 정도로, 사실 지금도 너무 힘들다.
둘째가 조금 더 크면 낫다던데.. 이년만 버텨야 하는 걸까. 이렇게 버티는 게 의미는 있는 걸까... 오늘도 머리가 복잡한 워킹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