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던 마음을 잡아줄 수 있었던 신수정 작가님의 조언들
면접들을 보고 잘 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던 나는, 무언가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다고 느꼈다. 그러던 와중에 6월 말에 링크드인에서 팔로우하고 있던 KT 신수정 부사장님의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공지를 보고 참석하기로 했다. 마침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열렸고, 남편도 그날 저녁에 아이들을 봐줄 수 있다고 했다.
신문에서는 부사장님이 KT B2B 사업부의 총괄자라고 나와있는데, 너무 단출한 설명이 아닌가 싶다. 우선 한국 상장사중에서 B2B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 사업으로 KT만큼 의미 있는 매출을 달성한 회사는 많이 없다. 대부분이 B2C (소비자중심사업)이다. 그리고 KT처럼 통신사업 같은 B2C에서 B2B로 성공적으로 매출 다변화를 이루어낸 회사도 많지 않다. KT의 주가가 2021년 초의 24,000원에서 2022년 하반기의 39,000원까지 오른 이유 중의 하나로, B2B사업의 기대치를 충족하도고 남는 매출 달성과 지속적인 성장이 있었고, 부사장님은 그 중심에 계신 분이었다. KT같이 10년 동안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던 회사를 이렇게 변화시킨 중심에 계신 분은 어떤 분일까라고 생각하며 늘 뵙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링크드인에서 부사장님의 글을 보면서 이런 마음은 팬심으로 변했었는데, 실제로 뵐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목소리가 자꾸 쉬어서 말씀을 하는 법까지 배우셨다는 부사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더 노력해보고 싶고,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씀들이 몇 가지 있었다.
1) 우선 계획이라는 것 자체가 잘 이행될 수가 없는 시대이다. 하지만 계획된 우연은 있으며, 그때를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 스킬을 배워야 하고, 언제나 호기심을 가져야 하며 약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에도 신경 쓰도록 해야 한다. 부사장님 본인도 새로운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 언제나 노력한다고 하셨다.
=> 이직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셨던 분들을 만나면, 순리대로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 대부분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분들이었다.
=>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강한 연결고리, 매일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서는 사실 서로 많이 배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때부터 용기 내서 링크드인에서 오래된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조언들을 얻을 수 있었다.
2) 지금은 커리어 path가 아니라,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 때다.
=> 한 회사에서 쭈욱 커나가는 그림을 그리기에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내 커리어의 능동적인 포트폴리어 매니저가 되자. 내가 입사한 2000년대 후반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한국 시장을 보는 애널리스트의 수요는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글로벌 펀드 중에서 - 특히 장기 투자자의 경우 - 심한 경우는 삼성전자만 팔로우하는 고객도 있었다 (사실 삼성전자를 제대로 보려면 글로벌 산업을 6개는 봐야 한다). 그러한 상황변화만큼 1세대 분들에게 '그땐 정말 좋았다'라는 말씀도 많이 들었다. 한국시장의 위상의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나의 커리어는 내가 더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3)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는 말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리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만의 북극성과 나의 나침반이 필요한 때이다. 여러 가지 연습을 해 볼 수 있는데, 90이 되었을 때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 세 가지는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자.
=> 토크 콘서트에서 만난 분들이 애 둘을 낳고 증권사에서 일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어떻게 할 수 있었냐고 물으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애널리스트'라는 일 자체는 참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하게 나만의 나침반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3) 여성 리더들은 지금 보다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I am enough!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또한 더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감정적 회복력을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
=> 내 동성 친구가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을 때, 다른 부서의 여자선배가 'I am sorry'라는 말을 남발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의 퍼포먼스가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도 말해주었다고 한다. 나 포함해서, 다른 여성 매니저에게 '감정적'이다라는 피드백은 남자 매니저보다 월등히 많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대부분 마이너스의 의미이다. 쉽게 고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내가 '그럴 수 있다'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5) 힘들 때, 지금 이 상황을 잘 넘기고 하면, 나는 뭐든지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 나에게 하시는 말씀 같았다.
6) 이직은 기존에 있는 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며, 새로운 회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과거 회사는 어땠는데 라는 생각에 잡혀 있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 나는 3번 이직을 했다. 이직은 힘들다. 특히 첫 번째와 세 번째 이직은 쉽지 않았다. 어느 회사도 하하 호호 행복한 곳은 없다. 예전 보스는 '돈 벌고 커리어 만들러 온 거지 친구 만들러 온 거 아니잖아?'라는 말씀도 자주 하셨다. 보스가 맘에 안 들어라고 동료들이랑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시간낭비다. 나는 정말 시간낭비를 많이 했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려 해도 그 부분은 참 많이 후회가 된다.
KT의 부사장님으로 계시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이시기도 한, 나의 role model 신수정 부사장님. 50대의 회사의 여성리더들이 회사 다니면서 너무 좋다고 하신다고, 꼭 일하라고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을 케어하러 가야 해서, 급히 나왔어야 했지만, 다음 기회에는 꼭 따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해고 통지를 기다리는 나이지만, 이 시간들로 인해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부분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