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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Sep 05. 2023

출산율 0.7명에 대한 워킹맘의 소고

이제는 이모님과 헤어지고 싶다  

(이번글의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아주 주관적인 경험이 들어간 글입니다)


이번주 신문에 저출산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2022년 출산율 0.78명에서 2023년 2분기 출산율 0.7명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결혼 건수도 줄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비중은 지난해 53.5%에 달한다고 한다. 신문에서는 출산율 저하의 이유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지목하고 있는데, 아이를 낳는 주체로서, 경험자로서 그리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기본적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시터넷과 단디헬퍼 같은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를 구인하는 웹사이트에 가보면 -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님이 봐주시지 않는 한 - 아직도 많은 엄마들이 시스템도 없고 보험도 없이 아이들을 봐주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구인을 한다. 입주일 경우에는 월급이 300만 원이 넘는 게 기본이고 (이모님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출퇴근일 경우는 평균 시급 15000원에서 시작해서 보너스도 드리고 간식도 드리면서, 아이들을 봐주시기 때문에 여러 편의를 봐 드리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래,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기사에 나오는데, 이모님들을 힘들게 하는 엄마들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만두시기도 하고, 내가 없는 사이에 아이랑 둘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쓰고 보니 너무 씁쓸하다. 이미 검증된 과정을 거치신 선생님들에게는 함부로 대한다는 이야기가 왕왕 들리는데 그 어떤 검증도 없이 저는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요~~라고 이야기하는 이모님들에게는 보통 '상전' 모신다고 표현하는 사회가 말이다). 


워킹맘들 사이에서는 좋은 이모님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삼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시터가 온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나는 이모님이라는 정말로 중요한 사람을 구하는데, 검증된 사회적인 시스템이 아닌 '덕' 혹은 '운'이 좋아야 하는 것이 너무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조차 사람을 뽑을 때 몇 번의 면접과정을 거쳐도 좋은 사람을 뽑기 힘들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모님은 내가 머무는 집에서 지내면서 엄마 아빠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봐주는 사람인데, 삼대의 덕을 운운할 정도로 좋은 사람을 만나가 힘들고, 뽑는 과정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며, 자질이 그 어떠한 자격증으로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워킹맘에게는 너무나 큰 리스크이다. 


이모님을 구하는 경로는 간략하게 다음과 같다. 베이비시터나 단디헬퍼 같은 구인 웹사이트에 올리거나 소개소에 연락을 한다. 그러면 입주인지, 출퇴근인지 혹은 사는 곳이 가까운지와 같은 구인조건을 보고, 이모님 사진과 정말 간단한 프로필을 보내준다 (나이, 경력, 사는 곳, 가족사항 등). 면접을 보고, 하루 혹은 길게는 일주일정도 같이 지내보기도 하고, 전 근무지와 통화도 해보면서 이모님을 구인한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을 해도 - 특히 전집과의 전화 - 같은 경우는 마음먹고 거짓으로 만들면 분별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뽑은 후에도 이 구인과정이 완벽한 것이 아니며,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다 보니 서로 적응해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혹여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라는 마음으로 CCTV를 끼고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러다가 아이가 시터가 한 행동들로 인해서 우울해하거나, 속상해하는 마음을 내비치면 혹은 친정엄마가 방문했을 때 알아차린다거나 하면 그제야 알게 되고, 고민하고, 부랴부랴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님께 급하게 부탁을 드리고, 다시 시터를 구하는 일이 반복이 된다. 나는 솔직히 안 좋은 기억들이 너무나 많다. 예전에는 좋은 사람을 분별하지 못하는 내 눈썰미를 탓하고 속상해했지만, 지금은 내 탓을 하면서 나를 갉아먹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이모님을 구해도 결과적으로 이모님은 이모님이다. 엄마나 할머니는 아이와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핀다. 많은 이모님들이 아기를 보면서 핸드폰을 한다. 열이 나는 아이를 소아과에 데리고 있으면서 큰 소리로 끊임없이 다른 전화를 하는 분도 보았다. (그래, 엄마가 일하는 시간에 하는 소아과에 가는 것도 정말 큰 이슈 중에 하나이다). 엄마나 할머니는 학원에 보낼 때 선생님에게 인계할 때까지 아이와 같이 있는다. 많은 이모님이 말을 해주지 않으면 1층에서 알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라고 한다. 엄마나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모님은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준다. 엄마나 아빠가 보여주지 말라고 해도 몰래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말을 해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이모님들이 엄마들보다 스무 살 이상 더 많기에, 본인들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싱가포르이나 홍콩처럼 엄마들을 고용주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모님들이 아빠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잘하고 아빠들이 하는 말은 그래도 잘 들으려고 노력하신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엄마가 아빠에게 그냥 예민하고 이모님을 잘 못 다루는 엄마가 되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직접 겪어보지 않은 분들이 쓰는 글들을 보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학교를 들어가면 아이들이 컸으니 엄마들이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아니다. 학교는 유치원보다 더 일찍 끝나고, 학교에서 학원으로 가는 길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혼자 다니라고 하기는 위험한 경우가 많다. 방과후 학교의 프로그램은 좋지만 과밀학급일 경우 경쟁률이 매우 높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하지 않냐고 직접 걸어 다니게 하라고 얘기하기 전에, 음주운전으로 너무나 아깝게 하늘로 간 천사들에게는 뭐라고 말할 건지 물어보고 싶다. 또한 그러한 사고를 낸 피의자에게 7년밖에 형을 내리지 않고, 경각심조차 들지 않게 하면서 그 어떤 할 말이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작년 말에 집 근처에서 9살 남자아이가 방과 후에 음주운전 사고로 하늘로 갔다. 집에서 학교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서 그렇게 사고가 났다. 그런 사고가 이제 아예 없을 거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나도 이모님 혹은 등하원도우미를 쓰지 않고 싶다.   


출산율이 0.7세라고 신문에서 요새 정말 자주 나온다. 하지만 출산을 하는 주체인 엄마들, 이제는 교육도 많이 받아서 일도 하면서, 가정은 그래도 엄마가 꾸려야지 라는 가치관 속에서 허덕대며, 그 와중에 아이들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주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좋은' 이모님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워킹맘들에 대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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