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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Sep 12. 2023

IPO를 이렇게 했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정리해 본다 

최근에 기계적으로 게임회사들의 주가를 확인하다가 흠칫 놀랐다. 회사에서 진행했던 IPO주식의 주가가 최저점을 찍고 있었다. IPO가격대비해서 3분의 1토막 났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서 더 최저점을 찍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세 번의 IPO에 투입되었던 애널리스트였다. 하나는 미국에 상장된 이커머스 회사, 두 번째는 한국에 상장된 게임회사 그리고 마지막은 주식시장 활황의 끝에 시도했지만 IPO까지 가지 못했던 통신사 대기업의 자회사였다. 


IPO를 하는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는 거의 막판에 투입된다고 보면 된다. 기업금융 부서에서는 IPO전에 회사와 이미 다양한 딜을 하거나 고위직에서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관계를 오랫동안 구축해 놓고, 그다음에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증권사가 주관사로 선정이 되고 대략적인 시점이 나오면 그때 애널리스트가 투입이 된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오는 딜을 가져오는 주체는 기업금융 부서이고 - 그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정말 대단하다 - 애널리스트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 투입이 된다.  


애널리스트는 회사와 미팅을 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PDIE (Pre-Deal Investor Education) 자료와 모델을 만든다. 참고로 이 자료들에서 애널리스트가 '사라 팔아라'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Education 이기 때문에 시장에 데뷔할 이 회사를 소개를 하는 과정이다. 법규가 그렇다 (적어도 내가 IPO를 했을 당시에 회사의 법규가 그랬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 그리고 시간이 매우 빠듯해서 IPO가 시작되면 약간 밤낮이 없어진다. 그 바쁨의 최고는 PDIE가 시작되면 고점을 찍는다. 진행했던 IPO들의 사이즈 (상장으로 인해서 회사가 주식시장에서 유치하는 자금)가 컸었기에 대부분의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 딜에 참여할지 아닐지 고민하기 위해서 한 번은 애널리스트랑 미팅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2주에서 3주 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적으로 컨퍼런스 콜을 했다. 한번 그렇게 PDIE를 하고 나면 중이염으로 고생하곤 했다. 집 앞의 이비인후과의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리면 '쯧쯧 그래도 돈은 벌어야지' 하면서 약을 처방해 주시곤 했던 게 생각이 난다. 


제일 힘들었던 PDIE는 두 번째 게임회사였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름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 첫 번째는 모두가 그 IPO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그 회사는 주가는 아직 IPO가격보다 밑에 있지만 적어도 그들이 상장 당시에 이야기했던 전략을 꾸준히 실행하여 실적이 잘 나오고 있다. 세 번째는 이미 투자자들이 IPO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2022년에 했는데, 2021년보다 벨류에이션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기본적으로 2021년에 IPO를 한 주식들의 퍼포먼스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가이던스에 '냉소적'이었다. 


두 번째는 매우 큰 딜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이 회사가 게임 IP 하나로 성장을 했기에 앞으로의 추측에 대해서 기대치들이 매우 달랐다. 게임 IP 하나로만 성장할지, 아니면 이 회사가 다른 IP를 성장시킬지에 따라서 실적 추정치도 바뀌고 그리고 벨류에이션도 달라졌기에 주가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예상치의 범위가 너무나 컸다. 솔직히 회사에게 많은 자료를 받은 나도 미래 추정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는 없었고, 게임산업은 더더욱 그렇다. 예상치의 범위를 추정해서 그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범위가 꽤나 컸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긍정적이었다. 워낙에 큰 IP였고, 성공을 전 세계적으로 크게 했으며,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벨류에이션이 올라가 있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2년 후 상장을 했던 두 주식 다 IPO주가 밑에 있다. 적어도 한 회사는 상장할 당시에 계획했던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해서 실적 측면에서는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 다른 회사는 IPO 당시에 여러 게임들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그중 하나만 달성했다. 회사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투자유치를 했으니 아직 대차대조표에 현금은 많이 쌓여 있다.      


높은 가격에, 높은 벨류에이션에 하면 주관사와 회사는 좋다. 그 딜로 인해서 유지한 현금과 그리고 수수료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좋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주가는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고, 그것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많이 배웠다. 업무적으로도 많이 배웠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최근에 지원한 회사는 IPO담당이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아직은 캐피털 마켓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생각을 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각을 했다. 나는 모두에게 유익한 IPO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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