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의 성장일기 Sep 26. 2023

2개월 레슨 후 골프 라운딩 가기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어제 9월 25일에 첫 라운딩을 다녀왔다. '머리 올리기'라고 하던데 업계에서 만난 친한 선배들이 내가 골프 레슨을 시작했다고 하니 9월 25일로 날짜를 정해버리고, 그날까지 열심히 연습해 오라고 했다. 공만 띄우면 되고, 스코어도 안 셀 거니까 그냥 나오라고 했다. 정말 긴장했는데, 나름 재미있었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겨주었던 선배들이 너무나 고맙다. 사실 나가기 삼일 전까지만 해도 내 레슨 프로 선생님이 정말 무한하게 걱정을 했다. 우선 나의 상황은,


6월에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에서 레슨을 시작했고, 10번을 레슨을 받았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으면 다들 황당해했는데 비거리가 40m에서 변하지를 않았다. 뭐 공도 잘 맞지 않았음은 당연하고. 아 그만둬야 하나 싶을 때 7월에는 여행으로 연습 및 레슨 중단 했었고, 8월에 원래 시작했던 곳의 레슨이 남아서 그냥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4번을 받고 그냥 안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선배가 9월 25일이 머리 올리는 날이니 그날 나오라고 해서 - 안된다고 했지만, 할 수 있다고 했고 머리 올려주는 게 정말 마음 써주는 거라는 말을 듣고 어찌 됐든 해보자고 생각했다 - 내가 재미없게 느꼈던 곳 말고, 집 근처의 전문 실내 골프 연습장에 등록을 했다. 그게 8월 28일, 딱 한 달 전이었다.


당시에 나는 회사의 정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아침에 이메일을 열면 좋은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모교의 김주환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 요새 유튜브에서 교수님 영상이 정말 많이 나온다 - 운동을 하자고 생각해서 평일 아침마다 그 실내 골프 연습장에 갔었다. 그래서 머리 올리는 날 다른 사람들에게 적어도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피트니스 센터에 딸린 곳보다 초보인 나에게는 실내 골프 연습장이 더 잘 맞았다. 그리고 이곳은 대표님이 리셉션에 있다가 공이 잘 안 맞으면 조언도 해주고, 자세도 봐주고 이런저런 골프에 대한 얘기도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하도 못해서 9월 25일에 못 갈 거 같다고 할 때마다 공만 띄우면 된다고 (그게 안 돼서 하는 말이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그리고 내가 연습장을 떠나려 할 때마다 시간을 20분씩 더 넣어주시고는 더 연습하고 가라고 하셨다 (좀 힘들기는 했다.. 그런데 정말 운동이 되었다).

*골프는 준비할게 참 많은 운동인데,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인복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채를 살 때도, 골프복을 살 때도 그리고 골프장에 나가는 준비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다들 같이 가주거나 도와주었다. 선배언니의 도움으로 골프채는 정말 좋은 가격에 - 다들 좋다고 말하는 - 클럽을 사게 되었다 (나는 아직 뭐가 좋은지 잘 구분을 못하지만 프로님이 잘 샀다고 해주셨고 나도 쓰기 편하다). 내가 저번주까지 못하겠다고 할 때 같이 나가는 선배 하나는 본인은 처음에 공이 뒤로 갔다면서 위로해 주기도 했다.

*뭔가 시점이 잘 맞아서 이겠지만, 8월 28일 이후로는 주중에는 거의 매일 연습장에 갔다. 정말 솔직히 9월 한 19일까지 정말 심각하게 잘 안 맞아서 힘들었는데 20일이 조금 넘어가니 공이 맞기 시작했다. 프로님도 그제야 아주 조오금 걱정을 덜은것 같았다. 비거리고 방향이고 뭐고 내 목표는 그냥 공이 뜨는 거였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아이언만 계속하다가, 드라이버를 20일쯤부터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드라이버도 공만 맞으면 그냥 만족했다 (근데 왜 이리 힘들단 말인가!!).


그리고 25일에 처음으로 나갔다. 6시 반 티오프 여서 4시 50분에 선배가 데리러 와서 같이 출발을 했다. 처음이라고 다들 신경 써준다고, 너무 고마웠다. 가서 처음에 드라이버부터 시작하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에 아이언으로 치는데, 아이언 연습을 많이 했던 덕분인지 잘 맞으면서 뭔가 재미있어졌고, 선배들이 공 맞을 때마다 다들 칭찬해 줘서 기뻤다 (뭔가 유치원생 같지만..) 그리고 캐디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분위기 좋기 화기애애하게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점점 홀을 돌면서 드라이버도 조금씩 잘 맞고 (마지막에는 100m 넘게 나갔다), 어프로치도 잘 되면서 (오히려 힘이 없어서 방향이 잘 맞는 거 같다고 다들 얘기해 주었다)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말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같이 나가서 폐가 안 될 정도로 한 부분에 대해서 뿌듯하다. 그리고 김주환 교수님이 계속 운동의 중요성, 몸을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회사의 상황으로 인해서 기분이 안 좋고, 걱정이 늘 때마다 나는 그냥 골프장에서 공이 맞든 안 맞든 연습을 했는데, 머리를 비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몰랐는데, 골프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운동이어서, 체력도 조금 좋아진 것 같다. 포기하지 않게 응원해 준 주변사람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라고 믿고 주변사람들에게 나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IPO를 이렇게 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