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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Jan 16. 2024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쓰시오

나이 마흔에 다시 써보기 

대학원 원서를 쓰면서, 그 사이사이에 채용 공고가 난 곳에 지원을 하면서,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채용 공고에 지원을 하면서 생각해 보기보다는 (이제 장점과 단점을 묻지는 않더라...), 이렇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채용이 되었을 때 내가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면서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회사를 15년 이상 다녔는데, 그렇게 다닌 기간 동안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보았다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쓰다 보니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 (단점을 이렇게 쓰고자 한다)에 대해서는 쓸 이야기가 많은데, 오히려 내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써 내려가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읽고 글을 덧붙였다). 나의 마인드 자체가 스스로 긍정보다는 부정을 하고 있다는 뜻인가. 싶었다. 나는 정말 긍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사람인데, 나를 더 사랑해 주어야겠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내가 잘하는 부분 

*나는 기본적으로 매우 성실하다. 투자자들에게 리퀘스트를 할 때도 디테일하게, 그리고 그 투자자의 기대치에 맞게 해 주려고 노력했고,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그래서 일에서 인정받고, 2023년 말에 Director까지 승진했다. 

*나는 숫자도 열심히 보지만, 그 뒤에 숨겨진 것을 찾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나의 리서치는 그런 점에서 차별화하였다. 워런 버핏도, 처음에는 숫자만 보고 투자를 했지만, 찰리 멍거를 만나고 나서는 더 좋은 회사를 찾아서 적정가치에 투자하게 되었다 -라는 자서전의 글귀를 보고 behind the numbers에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 2023년에 50권 넘게 읽었다. 읽는 것을 즐기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는 성장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 자신, 가족들과의 관계, 그리고 습관 (웹툰 보기) 버리기도 열흘째 꾸준히 하고 있다. 습관 버리기를 하면서, 머릿속에서 어제 보았던 웹툰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앞에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더 집중하게 되었다. 첫째를 낳고 보기 시작했으니 본 지 10년이나 된 웹툰 웹소설을 안 보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이유는, 웹 콘텐츠를 보게 되면 내 앞에 있는 상황에 집중을 덜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15분이라도 내가 스스로 정해놓아도, 딱 15분만 보고 앱을 닫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아예, 적어도 대학원 원서를 넣는 2월 15일까지는, 끊으려고 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2년 전쯤 완벽하게 끊었으니, 웹툰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배려하는데 능숙하다 (그런데 요새 사춘기에 들어선 첫째 아이의 의중은 왜 이렇게 파악하기가 힘든 건지...).  

*나는 한번 목표한 일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습관 버리기가 그렇고, 남들 앞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다.  

*나의 가족과 남편의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낸다. 솔직히 이 부분은 운이 좋아서라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 주시는 어머님 아버님. 다 너무나 감사하다.  

*나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잘 지킨다. 

*나는 운동을 - 최근에는 골프를 - 꾸준히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나가고 있고, 실제로 지난 3개월 동안 많이 늘었다.

*나는 영어의 쓰기와 말하기에 있어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한다. 그리고 나의 영어 실력을 한 단계 더 뛰어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WSJ을 읽고 지금도 영어 원서책을 꾸준히 보고 있다.  

*워킹맘으로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정을 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일과 가정을 병행해 왔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사실 혼자 한 건 아니다. 혼자는 못 했다. 시부모님, 금융에서 가장 애 많이 보는 유부님이라는 별명을 듣는다는 남편, 그리고 face time이 없는 직장 상사 (아닌 상사들도 물론 있었다), 기타 등등이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나에게 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 

*나는 정말 나를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잘 모른다. 그 결과 어떤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갈팡질팡 한다. 혹은 Yes or No로 하지 않고 피하는 경향이 있다. 나를 잘 모르는 것은, 자신감과 연결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나가자. 

*새로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있어서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회사 이직을 할 때 평균적으로 적응하는데 6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작년 3월에 회사의 파산이 발표가 나고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꼬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는데 거진 9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새로운 상황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기간을 줄이고 싶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잘 안다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기간은 더 줄어들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그런 부분들로 인해서 더 중요한 곳에 신경을 쓰기보다, 쓸데없이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가는 경우가 많다. 나의 목소리를 내는 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 

*위의 부분과 관련되는데, 나는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부분을 말로 표현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Just spit it out! 나도 답답하고 상대방도 답답하다. 

*나는 관계에 있어서 내가 상처받을까 봐 보호막을 치고, 그것으로 인해서 힘들어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혹은 반대로 엄청나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나는 요리에 관심이 크게 없다. 가정을 꾸리면서 느끼는 부분은, 요리는 잘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나는 내 근육량을 더 늘릴 수 있다. 내 체지방율을 언제나 평균 이상이고, 근육은 평균 이하였다. 이번 기회에 근육운동을 통해서 더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입술을 뜯는 버릇이 있다. 실제로 아이들이 나를 따라서 뜯는 것을 보니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망상을 하는 버릇은 이번에 회사가 예상치 않게 파산을 하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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