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오른 너.
고작 일주일 자리 비우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집을 사고파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겼다.
일 년 동안 공들인 모든 일들이 날아갈 수도 있다.
토요일까지는 나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
애도 케어하고 내 일들도 하고,
변호사랑 싸우고, 서류 달라고 재촉하고
열이 받아 밤에는 잠도 안 오고 먹지도 못했다.
낮밤이 바뀌어 연락도 잘 안되고
연락이 되어도 서로 화만 내다 끊어버렸다.
나도 안다 바다 건너 저 멀리서
너도 정신없이 지내고 있단 걸.
근데 왜 항상 내가 필요할 때 너는 없는 것인가.
일이 좋고, 일에 미친 남자랑 사는데 이골이 났지만
가끔씩 닥치는 이런 상황에 가슴이 뻐근하다.
이사를 앞두고 급하게 챙겨야 하는 문서가
생겨 여러 사람들을 재촉했다.
영국 사람들의 문서 처리 방식은 상당히 고약해서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애꿎은 리셉셔니스트에게 매일 같이 전화를 했다.
변호사는 내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내가 메인 계약자가 아니기에 대답도 하지 않는다.
결국은 계약이 엎어지네 마네를 몇 번 반복해야.
일이 해결된다.
두 번째 경험해보고 나니,
다시는 영국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다음번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기더라도
절대 마음 졸이지 않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결국 두 가지 마음을 다 잊고 또 반복하겠지만 말이다.
결국 남편이 돌아오고 내가 병이나 눕고 나서야
기적적으로 계약이 완료되었고,
당장 다음 주 목요일에 이사를 간다.
약과 커피를 들이부으며,
사부작사부작 집안 살림을 정리해 본다.
아이고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