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박수진

ⓒ 작은 숲 (박수진)


마흔여섯이라는 나이는 생각보다 그저 평범한 하루의 연장선처럼 그렇게 찾아왔다. 예전처럼 '앞으로'만 보며 달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가지려고 안달하지 않고, 잃는 것에 너무 슬퍼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천천히 다듬어낸 마음의 조각들입니다. 어느새 삶의 중간쯤에 서 있고, 돌아보면 꽤 먼 길을 걸어왔고, 내다보면 아직 가닿지 못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하루는 길고 한 해는 점점 짧아지는 요즘 조금은 느슨하게 하지만 내면은 더 단단하게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엔 나를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면, 지금은 나를 다듬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습관을 고치고, 새로운 무언가보다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저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언가를 열렬히 쫓기보다는, 내 안에 쌓인 조각들을 조용히 정돈하고 싶은 삶. 덜어낸 마음마다 작은 빛이 스며들고, 가구 하나를 옮기듯 식탁 위 그릇을 바꾸듯 삶도 그렇게 다시 다듬어 놓아 본다. 절대적인 이치도 완벽한 해답도 없지만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속도와 온도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하지 않고, 모든 것에 흔들리지도 않으며 그저 오늘이라는 결을 손끝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일. 느긋하고 담백한 태도가 지금의 나이의 나를 견고하게 만든다. 살아온 날들이 쌓여, 삶을 자연의 계절처럼 흘러가게 두려는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마흔여섯, 삶을 다듬는 중입니다.

2025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