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by 박수진


글을 쓴다는 건 내 마음의 어딘가를 적어 내려가는 일이다.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생각난 기억들, 오래전부터 잊고 있었던 장면들 외면하고 싶었던 나 자신까지 나에게 데려다 놓는다.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을 펼 피는 일이다. 정확하게는 마음이 깃든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살아 있던 시간들을 하나둘 떠어 오르는 일이다. 그건 종종 아프다. 단어 하나하나에 마음의 온도가 묻어 있으니까. 문장 끝마다 손끝으로 써 내려간 내 시간이 내 꿈이 내 안의 나 자신이 담겨 있다.


글을 쓰며 나는 내가 된다. 감정을 정리하고,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가라앉는다. 혼란스러웠던 마음의 기억들이 하나의 문장이 되어 가지런히 놓이고, 그렇게 나는 슬프고, 아팠던 기억조차 글에서 나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조금씩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다해 써 내려간 글이 누군가의 무단 도용에 의해 지워진다면, 글은 텍스트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과 감정 그리고 나의 노력이 사라지는 일이다. 한 줄을 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써 내려간 글은 나의 마음의 기록이다.


글은 이제 손으로 쓰지 않는다. 키보드 위에서 쉴 틈 없이 생각을 내보내고, 클릭 한 번이면 수천 번이 공유되고, 삭제 한 번이면 모든 시간이 사라진다. 디지털은 빠르지만 마음은 느리다. 그래서 누군가의 문장을 가져갈 땐, 거기에 머문 시간을 함께 떠올려야 한다. 지우는 버튼보다는 존중이라는 버튼을 먼저 눌러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장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시간과 함께 꺼내는 일이다.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2025년도에 내가 있었다는 걸 남기는 일이다. 그래서 글은 기록이고, 기억이다.


누구의 마음을 쉽게 베끼지 말 것.

누구의 시간을 쉽게 지우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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