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

by 박수진


언젠가부터 알리오 올리오를 자주 만들어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마늘과 올리브오일, 파스타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깔끔한 맛, 뭔가를 첨가하기보다는 덜어내는 방식으로 완성되는 요리였다. 소스는 없고, 재료는 몇 개 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이었다. 그러니까 마치 마음처럼,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요리였다.


몇 번 만들다 보니, 알리오 올리오에 무언가를 얹고 싶어졌다. 처음엔 굵게 간 후추를 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했다. 그래서 루콜라를 올려보았다. 살짝 쌉싸름한 맛, 입안을 맴도는 향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그다음엔 짭짤이 토마토였다. 일반 토마토보다 훨씬 작고, 껍질이 얇으며, 단맛보다 짠맛과 감칠맛이 도는 과일로 한입 베어 물면 속살이 탁 터지면서 산뜻한 과즙이 퍼진다. 보통은 그대로 먹거나, 올리브오일을 뿌려 샐러드로 만들곤 했지만, 어느 날에는 알리오 올리오 위에 몇 알 올려보았다. 오일의 부드러운 윤기 위로 루콜라의 날카로운 향이 얹히고, 토마토 짭짤함이 입안을 휘감는다. 따뜻한 면발 사이사이로 퍼지는 마늘, 그리고 불에 닿아 살짝 익은 토마토의 단단한 모든 것이 따로 또 같이 퍼지는 기운이다.


오후 네 시쯤, 혼자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조용한 주방에 들어섰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빛은 부드럽고, 라디오에서는 느릿한 음악이 흘렀다. 특별히 배가 고프지도, 입맛이 없지도 않았지만 뭔가 간단하면서도 정성스러운 것이 먹고 싶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루콜라와 짭짤이 토마토, 팬에 눌린 마늘 냄새, 끓는 물소리가 조용한 주방 안으로 기분 좋게 느껴졌다.


혼자 먹는 음식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맛있다고 설명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먹는 것도 아니다. 혼자 있을 때일수록 오히려 더 정성스럽게 차려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다 먹고 나면 따뜻한 물을 마시고, 남은 짭짤이토마토 몇 알은 다시 접시에 담는다. 평범한 오후의 끝에서의 식사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건 내게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조금은 다정하게 만들어주는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따뜻한 맛. 그렇게 오늘도 알리오 올리오 맛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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