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숲 (박수진)
매일 같은 시간 작은 요리를 반복한다. 밤새 불린 오트를 조심스레 편수 냄비에 옮기고, 물을 붓는다. 불은 약해야 하고, 마음은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 작은 거품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나의 하루도 그제야 천천히 데워지는 느낌으로 시작한다. 모닝 포리지를 알게 된 건 책에서 부드러운 죽 한 그릇이 놓인 아침을 보았을 때, 나도 저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쁘게 삼킨 베이글도, 급히 들이킨 에스프레소 커피도 아닌, 하루를 천천히 여는 따뜻한 음식이다. 어느 날부터 오트를 불리기 시작했고, 적당한 농도를 찾아가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냈다. 견과류와 바나나를 더하는 날도 있고, 꿀을 살짝 두르기도 한다.
따뜻한 모닝 포리지를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느낌이 좋다. 어디선가 상처받아 마음이 내려앉은 날에도 모닝 포리지의 작은 그릇은 늘 같은 온도로 나를 감싸준다. 엄마가 내가 어릴 때 끓여주던 흰 죽도 떠오른다. 열이 날 때, 배탈이 났을 때, 엄마는 말없이 죽을 끓였다. 간은 거의 하지 않고, 고명도 없는 소박한 죽이었다. 죽을 끓이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말로는 다 닿지 않는 엄마의 감정의 그 마음을 세월이 지나 나의 아침 식탁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아침마다 나는 회색 자작나무 트레이에 죽 그릇을 올리고, 나무 숟가락을 얹는다. 가끔은 클래식 음악을 틀기도 한다. 하루가 바쁘게 흘러갈지라도 시작을 모닝 포리지로 여는 날은 왠지 마음이 아늑한 위로를 준다. 마음을 다독이는 데는 그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