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구름
여행길, 고속도로 위에서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 돌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바다 대신 맑은하늘을 유영하는 하얀 그림자, 그것이 구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의심 없이 돌고래를 보았다. 돌고래 구름을 보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자유를 닮은 생명, 바람의 지느러미로 유유히 떠다니는 마음은 그렇게 잠시 멈추었다. 돌고래 구름이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단번에 눈길을 붙잡았다.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바다 대신 하늘을, 파도 대신 바람을 가르며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었다.
도로의 소음도, 차들의 분주함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나와 하늘, 그리고 그 위에 고요히 떠 있는 하얀 환영 구름만이 존재했다. 나는 그 구름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바다 깊은 곳에서 태어나 하늘 높은 곳을 꿈꾸다 마침내 자유를 얻은 존재, 웅장하면서도 쓸쓸한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아침의 시작은 언제나 구름으로 시작한다. 잠결에 베란다 창을 열면 구름들이 깨어나지 못한 하늘 위를 떠다녔다. 어린 시절, 나는 그 구름들을 보며 매일 다른 이야기를 상상했다. 어떤 날은 곰돌이였고, 어떤 날은 새였다. 그렇게 저녁의 끝은 늘 하늘이었다. 하루의 끝과 시작을 잇는 건 늘 같은 자리, 머리 위의 무심한 풍경이었다. 늘 앞만 보고 걷느라,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의 풍경을 놓치고 살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도로 위에서 만난 돌고래 구름은 내 안의 어린 시절을 깨워 놓았다.
돌고래는 늘 자유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바다 깊은 곳에서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며 물을 뿜어내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하늘 위에 보이는 돌고래는 더 이상 바다에만 갇혀 있지 않은 듯했다. 자유가 또 다른 자유를 얻은 셈이다.
차창 밖의 풍경처럼, 늘 내 곁에 있었지만 시선을 주지 않아 보이지 않았던 것, 자유도 그런 게 아닐까. 당장 떠나야만, 모든 걸 내려놓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것, 일상은 생각보다 무겁고, 현실이 늘 발목을 잡는다. 잠시 고개를 들어 구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가 잠시 가벼워지는 때가 있다. 오늘의 돌고래 구름이 내게 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잠깐이었지만, 나는 나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동시에 가장 가까운 나에게 닿아 있었다.
석양빛이 구름에 번져들며 돌고래의 윤곽은 점점 흐려졌다. 구름은 늘 그렇게 잡을 수도 없고, 붙잡아둘 수 없다. 이 순간을 필사적으로 기억하려 애써도 결국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더 귀하다. 사라지는 것이 주는 선물 수많은 아름다움들이다. 그저 하늘을 향해 시선을 두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