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구름
퇴근길 늘 그렇듯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했다. 며칠째 감기몸살 때문에 몸은 축 늘어지고, 근육통으로 글을 쓸 힘조차 나지 않아 연재를 잠시 쉬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알림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브런치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0917), 짧은 한 줄의 알림이 어쩐지 따뜻하게 다가와 오늘 회사에서 쌓였던 피로가 순간적으로 풀리는 것 같았다. 오래도록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작은 소망이, 드디어 나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늘 여러 번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퇴근 후 피곤한 눈으로 노트북을 켜고, 몇 줄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지루할 만큼 꾸준한 반복 속에서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늘 뒤따랐다. 아무리 퇴고를 반복해도 어색한 문장은 남아 있었고, 늘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편의 연재 글을 발행하는 순간만큼은 뿌듯함이 찾아왔다.
집안일을 마치고 아이가 학원에 간 사이에 찾아오는 짧은 고요, 남편이 퇴근 후 운동을 하러 나간 사이에 오롯이 혼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그때야 비로소 나는 맥북을 펼칠 수 있었다. 그 잠깐의 고요 속에서 나는 나의 하루를 정리하듯 글을 썼다. 쓰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해지는 기분 때문에 공백을 채우듯 문장을 이어가는 일은 언젠가부터 나에게는 일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유명한 필자도 아니고, 수천 명의 구독자를 가진 인기 있는 에세이스트와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글이 나를 지탱하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나의 마음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났고, 문장 속에서 나는 비로소 한 사람의 작가로 서 있었다. 브런치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 소식은 그 시간을 조용히 인정해 주는 듯했다. 내가 꾸준히 써온 문장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인, 누군가 내 글을 에세이라 부르며 읽어주었다는 의미,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나는 어떤 글에 오래 머무는 사람인지 문장은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나의 문장을 만나러 가는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아갔다. 브런치 스토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은 달콤하다. '묵묵히 그냥 계속 쓰세요'라고 말해주는 따뜻한 격려와도 같았다.
계단 구름은 천천히 오르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 칸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발밑이 조금 가벼워지고, 시야가 살짝 넓어진다. 특별한 변화는 아니지만, 분명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자리다. 나의 글도 그렇게 쌓였다.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적어두면, 그 작은 기록이 다음 계단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내일도 쓸 것이다. 중요한 건 완벽한 한 편의 연재 글이 아니라, 매일 이어지는 내 문장들이다. 그 문장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맥북 앞에 앉아, 눈은 피곤하고 하루는 무겁지만, 오늘의 첫 문장을 적는 순간 나는 진짜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