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가 되어간다

하트 구름

by 박수진


남편과 나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이렇게도 안 맞는데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이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시절엔 콩깍지가 씌어서 모든 게 다 좋아 보이는 시기였다 말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선택과 용기를 사랑이라는 말로 덮어주고, 그때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맞춰가도 괜찮다고 믿었을 뿐이다.


물건을 고를 때 나는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색과 형태, 공간에 놓였을 때의 분위기까지 상상한다. 반면 남편은 기능을 본다.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얼마나 실용적인지가 중요하다. 나는 예쁜 것을 고르고, 남편은 쓸모 있는 것을 고른다. 장바구니 안에서 우리는 늘 다른 쪽을 향한다.


밥을 먹는 시간도 그렇다. 나는 식탁 앞에서 말이 많아진다. 하루 동안 쌓아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듯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남편은 말없이 밥을 먹는다. 씹고, 삼키고, 밥은 밥이고, 말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활 활동은 더 다르다. 나는 아침형 사람으로 일찍 일어나 자연스럽게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시간의 공기를 좋아한다. 남편은 밤형 사람이다. 밤이 되면 더 깊어지고, 에너지가 생긴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발을 딛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정리 정돈에 대한 기준 역시 다르다. 나는 깨끗해야 마음이 놓인다. 물건이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하루가 정리된 느낌이 드는데, 남편은 다소 어질러진 공간에서도 여유를 느낀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역시 나름의 정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커피 취향도 반대다. 나는 얼음을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를 좋아한다. 계절과 상관없이 차가운 커피가 좋은데, 남편은 늘 따뜻한 커피만 마신다. 봄, 여름에도, 가을, 겨울에도 우리는 같은 카페에 앉아 서로 다른 온도의 커피잔을 앞에 두는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는 낯설지 않다.


결혼 초반에는 다름이 싸움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질문은 대게는 답을 원해서라기보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렇게 다른 부분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우리는 결혼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훨씬 많은데 말이다. 이렇게 다른 점들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이렇게 다른 점들 때문에 서로를 더 오래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건 아닌지? 같은 점이 많았다면, 혹은 너무 비슷한 성격이었다면 우리는 쉽게 지루해지고, 서로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말이 많아서 남편의 조용함이 필요하고, 내 말들이 방향을 잃을 때, 남편의 침묵은 나를 잠시 멈춰 세우고, 남편은 고요한 사람이라 나의 수다스러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앞서가는 아침형 사람이라 남편의 느긋한 밤을 닮고 싶고, 남편은 나의 부지런함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바꾸기보다는 조금씩 닮아가면서 그렇게 같아지지는 않았지만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다르지만 16년의 시간을 함께해 온 우리는 어느새 '너와 나'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간다. 서로의 반대되는 점들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져 완벽하지 않지만 충분한 그림을 만들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닮음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일일 것이다. 사랑은 같아지는 일이 아니라, 끝내 다른 채로 남아 있으면서도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여전히 다르고, 가끔 생각이 어긋나기도하지만, 이해하려는 마음만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노력의 과정에서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