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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집을 향한 끝없는 여정

by 박수진


집안일은 재미있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없고, 의무와 즐거움 사이에 어딘가 걸쳐 있다. 깨끗한 집은 분명 좋지만, 가끔은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순간에도 나는 결국 몸을 일으켜 집안일에 나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족의 건강과 평온한 삶을 위한 작은 헌신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가 학교로 떠나면, 집안에 고요가 찾아온다. 고요 속에서 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을 시작한다. 먼저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신나는 노래를 연결한다. 음악은 내게 활력을 주고 지루할 수도 있는 집안일을 조금 더 경쾌하게 만들어 준다. 리듬에 몸을 맡기며 집안 곳곳을 돌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음도 가뿐해진다.


청소기의 힘찬 소리를 따라 방 세 개를 돌아다니며 먼지를 털어내고, 거실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청소를 마친 후 밝아진 집안을 보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화장실 청소는 락스를 푼 물로 변기와 세면대를 꼼꼼히 닦고, 타일 틈새까지 문질러내다 보면 화장실이 상쾌하게 변한다. 청소를 마친 뒤의 그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마지막으로 디퓨저 병에 향을 채우는 일은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자, 공간을 마무리하는 의식과도 같다.


집안일 중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다룰 때다. 그릇이나 화병, 도자기 같은 소품들은 단순히 쓰임새를 넘어서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깨끗이 닦인 선반 위에 내가 아끼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을 때, 소박한 아름다움이 나를 웃게 만든다. 이런 소품들은 집을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나만의 안식처로 만들어주는 작은 조각들이다.


그렇다고 집안일이 항상 보람찬 것은 아니다.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이 많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때로는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과 행복한 일상을 위해 오늘도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다.


깨끗한 공간이 주는 평화로움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이가 돌아와 책가방을 내려놓고, 남편이 하루를 마치고 들어와 웃으며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내가 매일 쏟아붓는 노력의 결실이 아닐까.


집안일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가족이 머무는 공간을 더 쾌적하게,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오늘도 먼지를 닦고, 바닥을 쓸고, 향기로운 공간을 만들어간다. 그 끝없는 여정 속에서도 나는 소소한 기쁨을 찾는다. 집안일은 때로는 재미없고, 피곤하고,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나는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가꾸어간다. 깨끗한 집과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는 순간, 모든 노력은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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