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와 그린빈

by 박수진


양배추를 꺼내고 그린빈을 씻었다. 이 둘을 함께 요리해 본 적은 없지만,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흰색과 초록이 섞인 이 조합이 어쩐지 오늘의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만나 어우러질 때 생기는 작은 기대감.


양배추는 채칼로 채를 썰고, 그린빈은 손가락 마디의 길이로 잘랐다. 재료가 정리될수록 내 마음도 정돈되는 기분이었다. 어지럽던 생각들을 하나씩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반죽을 얹자 치익- 소리가 났다. 양배추와 그린빈이 뜨거운 팬 위에서 만나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드러운 양배추는 차분하게 눌러앉았고, 그린빈은 아삭함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도 이런 게 아닐까? 각자의 모난 부분, 부드러운 부분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 종종 새로운 환경이나 관계 속에서 어색함을 느끼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어색함마저 나의 일부가 된다. 마치 오늘의 전처럼.


양배추와 그린빈이 노릇하게 익어갈수록 주방 안에 고소한 향이 가득 찼다. 익숙하지 않았던 조합이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 아삭한 식감까지.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어울릴지 모른다고 겁내던 조합이 이렇게나 잘 맞을 줄이야.


오늘의 전은 내게 소박한 깨달음을 주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용기, 그것들이 결국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양배추와 그린빈처럼 나도 조금 더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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