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찾아왔다

by 박수진


봄이 오는 길목에서 황사가 찾아왔다. 창문을 열면 한바탕 먼지바람이 밀려올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차갑고 맑아야 할 공기가 흐릿하고 무겁다. 황사의 시간은 늘 갑작스럽다. 전조 없이 공기를 뒤덮으며 우리의 숨통을 조인다. 황사를 바라보다가 아이와 나의 관계가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황사가 끼어버렸다. 부드럽고 맑았던 대화는 점점 흐릿해졌고, 한 번씩 날카로운 바람처럼 서로의 마음을 할퀸다. 나는 끊임없이 다가가려 하지만, 아이는 언제부턴가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하다. 황사가 가득한 공기 속에서 제대로 숨을 쉬는 게 힘든 것처럼, 아이와의 관계도 숨 막힐 때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땐 모든 것이 단순했다. 한 손으로 아이의 작은 손을 잡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시간이 지나 아이의 손은 내 손보다 더 커졌고, 마음은 더 깊고 복잡해졌다. 내가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아이의 마음속에는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는 듯하다.


황사가 끼인 날, 나는 아이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싶었다. 그 문 앞에 있을 아이의 표정을 상상하니 손이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틈 사이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저녁 뭐 먹어요?" 잠깐 동안이지만, 아이 목소리는 황사가 걷힌 하늘의 작은 틈새 같았다. "뭐 먹고 싶어?" 그 순간 아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뭐, 아무거나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대화였지만, 그 평범함이 내겐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황사가 덮여 있어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던 것처럼, 아이와 나 사이에도 여전히 작지만 따뜻한 연결이 존재했다.


황사는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금은 위로한다. 공기가 다시 맑아지는 날이 오듯, 우리 사이에도 언젠가 맑고 투명한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올 거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아이에게 기다림과 여유를 배워야 한다. 황사가 아무리 심해도 결국 바람이 그칠 때를 기다려야 하듯이, 아이와의 관계도 억지로 무언가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


황사가 걷히면 더 맑은 하늘이 찾아오듯, 우리 관계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조금 뿌옇고 답답하지만, 언젠가 서로 더 잘 보이고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아이와 나의 사이에도 봄이 찾아오길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황사를 잠시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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