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과 드립커피

by 박수진

ⓒ 작은 숲 (박수진)




아침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주방 쪽 창문을 열어서 차가운 공기 바람을 쐬는데, 밖은 여전히 흐릿한 안갯속에 숨겨져 있다. 이런 날에는 더욱 내 콧속에서 비염이 말을 건다. 숨쉬기조차 버겁게 만드는 그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드립커피를 내린다. 비염의 무거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이다.

드립커피는 손수 내리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종이 필터에 커피 가루를 담고, 천천히 물을 부으면 향이 조금씩 퍼져간다. 드립커피 향은 비염으로 막힌 내 콧속에도 스며들어, 무겁고 답답한 숨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준다. 커피의 향이 코를 자극하며, 숨어 있던 감각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비염으로 코는 여전히 막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풀리는 기분이다. 이 작은 순간, 커피 한 잔의 여유 속에서 나는 나만의 작은 평화를 찾는다. 드립 커피의 따뜻한 온기가 나의 몸과 마음을 천천히 녹여준다.


드립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항상 남는 것이 있다. 바로 원두 찌꺼기. 처음에는 버려졌지만 이제 그 찌꺼기를 바로 버리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 마지막 향기를 끌어내고, 원두 찌꺼기를 활용해 나만의 작은 코 찜질을 시작한다.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순간, 코끝이 조금씩 열리고 막혀 있던 숨이 한결 편안해진다.

커피 향과 따뜻한 김은 몸을 다독여주며, 비염으로 인해 흐트러진 나를 다시 잡아준다. 그 향기가 퍼질 때마다 내 마음은 점차 평온해지고, 차분한 속도로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한다. 아침의 커피 한 잔이 나에게 준 위로가 커피 찌꺼기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나를 돌보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소중한 방법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비염이 찾아오는 계절에는 나는 드립커피와 함께 매일 조금씩 나를 되돌아보며, 소소한 위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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