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만 되면 증명사진을 찍는 습관이 생겼다. 가만히 기억을 되짚어보면, 아마 스무 살의 봄이 그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가장 젊고 예쁜 날들이었다. 추위가 한풀 꺾이고, 살랑이는 봄바람이 살갗을 간질이던 어느 날의 문턱에서, 나는 사진관을 찾았다.
그날의 나를 담아둔 증명사진은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사진 속의 나는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어떤 설렘과 기대감이 담겨 있다. 그 이후로 비슷한 봄의 계절이 오면, 나는 어김없이 증명사진을 찍으러 간다. 사진관으로 향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증명사진을 찍는 습관은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해 왔다.
어쩌면 증명사진은 나만의 타임머신인지도 모른다. 사진과 타임머신은 추억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찍고 나면 별다른 용도가 없는 조각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이 사진들을 꺼내 보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이런 날도 있었지." 그렇게 과거의 한 조각을 되새기며,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릴 것이다. 지금까지 꽤 많은 증명사진을 모아두었다. 그 사진들은 나의 가장 젊은 날, 그 시절의 희망과 슬픔, 추위와 따스함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어떤 사진 속의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고, 또 다른 사진 속의 나는 다소 지쳐 보이기도 한다. 그 모든 표정 속에는 그 시절의 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봄이란 그런 계절이다. 추억을 남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지나간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 계절 속의 나는 사진 속에서 영원히 멈춰 있다. 증명사진은 늘 간단하고 작지만, 그 속에는 나의 모든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해마다 새로운 계절이 올 때마다 나를 담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오늘도 나는 사진관으로 향한다. 사진관에 들어서면 어릴 적부터 익숙했던 플래시 불빛과 셔터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사진사가 "여기 보세요!"라고 말하며 버튼을 누르면, 한순간의 오늘이 영원이 된다. 또 하나의 증명사진으로 오늘을 새기며, 내일의 나를 위해 작은 추억을 만들어 간다.
이 사진들이 먼 훗날에도 따스한 봄바람처럼 내 마음을 스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사진관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한 장의 작은 사진에 담긴 시간은 언젠가 다시금 나를 위로하며, 오늘의 봄을 선물처럼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