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by 박수진


아버지는 평생 단순한 원칙을 말씀하셨다. "음식은 절대 버리지 말아라. 그건 누군가의 땀이고 시간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길 가다 개미를 보거든 피하렴. 말 못 하는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 두 가지 말씀은 어릴 적엔 그저 잔소리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마음에 깊이 새겨진 아버지의 유산이다.


아버지는 작은 쌀알 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않으셨다. 밥을 먹고 남은 쌀알이 그릇에 붙어 있으면 물을 부어 말끔히 드셨다.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 쌀 한 톨이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갔는지 아느냐"라는 말씀을 들으며 그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그런 모습은 농사짓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직접 쟁기를 끌고, 땡볕 아래에서 곡식을 키워낸 경험은 아버지에게 음식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생명의 일부라는 깨달음을 주었을 것이다.


한 번은 가족들끼리 놀이공원에 갔을 때, 무심코 개미를 발로 밟은 적이 있다. 아버지는 조용히 말씀하셨다. "개미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 생명이야. 네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날 이후 나는 개미를 밟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그 마음은 점차 모든 생명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로 확장되었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단지 음식이나 개미를 넘어 삶 전체에 대한 관점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의 수고와 노력, 그리고 시간을 담고 있다. 나뭇잎 하나, 길가의 꽃 하나도 누군가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쉽게 버리거나 망가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가르침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꿨다. 매일 먹는 밥 한 끼도,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 그것들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안에는 존중해야 할 가치가 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아버지가 그리워질 때면 밥 한 그릇을 정성스럽게 먹는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먹는 그 시간 동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랑하는 딸, 네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게 나를 기억하는 방법이란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음식 한 톨, 개미 한 마리조차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 그것은 결국 나 자신과 세상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그 원칙이 나를 지탱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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