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설날의 그리움

by 박수진

울산 엄마 집에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문을 열며 인사를 한다. "아빠~ 딸내미 왔어요. 귀염둥이 딸 왔어요." 아빠는 늘 먼 길에 오느라 고생했다며,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면 문득 깨닫는다. 아빠는 이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곧 마음속에서 아차, 하고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래도 늘 하던 대로 가족사진 앞에서 아빠를 향한 인사는 빼놓지 않는다. 사진 속 아빠는 언제나처럼 든든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가족을 바라보고 계신다.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빠 잘 계시죠? 보고 싶어요." 하고 말을 건네게 된다. 그 말끝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다.

이번 설날은 아빠가 없는 첫 명절이다. 설을 준비하며 가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데도 나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예전에는 설날마다 아빠가 소박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워주셨다. 특히 내가 힘들어하거나 고민에 빠졌을 때, 아빠는 말없이 옆에 있어 주시곤 했다. 나의 어떤 한마디에도 "그렇지, 그럴 수 있어. 근데 우리 딸은 잘 해낼 거야." 하시며 짧게 응원하셨다. 그 한 마디가, 그리고 그 묵묵한 지지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아빠가 떠난 이후로 모든 순간이 낯설다. 평범한 일상조차 아빠의 부재로 인해 새롭게 느껴진다. 설날처럼 가족이 모이는 날은 더더욱 그렇다. 내가 너무 조용하니 엄마가 눈치채고 말을 걸어오신다. "아빠가 있으면 뭐라고 하셨을까?" 엄마의 그 말에 우리는 다 같이 웃으며 아빠 이야기를 꺼낸다. 아빠는 분명 이런 날엔 괜스레 과일이라도 깎으며 "명절은 원래 정신없고 시끄러운 거야. 그래야 명절이지." 하고 중얼거리셨을 거다.

아빠 생각을 하면 참 슬프고도 따뜻하다. 어쩌면 이게 아빠의 사랑이 내 안에 계속 살아 숨 쉬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슬픔이 깊은 만큼 사랑도 크다. 아빠는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속에 깃든 따스함은 누구보다 컸다. 그 따뜻함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고, 마음속의 위로가 된다.

이번 설날, 아빠가 함께하시지 못해 슬프지만 나는 여전히 아빠와 함께 있는 듯하다. 아빠는 내 안에서, 가족의 대화 속에서, 추억 속에서 살아 계신다. 그렇게 우리는 아빠를 기억하며 또 한 해를 맞는다. 가족사진 앞에서 아빠에게 속삭인다. "아빠, 우리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보고 싶어요."​


눈물이 눈가를 적시는 것도 괜찮다. 눈물 속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녹아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설날을 보내며 아빠와의 따뜻한 기억을 품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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