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닮았다는 것

by 박수진


어릴 적 "아빠를 닮으면 잘 산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납득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예쁜 엄마를 닮지 않고 아빠를 닮았다는 사실이 억울했기 때문이다. 엄마처럼 깨끗한 피부와 갈색 눈 대신, 아빠처럼 평범한 이목구비를 가졌다는 사실이 어린 나에게는 유난히도 속상한 일이었다. 친정 오빠는 엄마를 닮아 잘생겼고, 피부도 뽀얗고 매끈했지만 나는 아빠의 피부를 닮아 뾰루지가 잘 나는 편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왜 엄마를 닮지 않았냐며 한탄했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아빠를 닮은 나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빠는 참 재미있는 분이었다. 조용한 성격인 듯하면서도, 때때로 터뜨리는 유머는 우리 가족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나도 그 유머 감각을 조금은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내가 예상치 못한 말을 툭 내뱉을 때마다 웃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아빠를 닮은 나 자신이 조금 괜찮게 느껴졌다.


아빠는 또 글씨를 정말 잘 쓰셨다. 평생을 손으로 글을 써온 분이었기에 아빠의 글씨는 정갈하고 단정했다. 나는 그런 아빠를 닮아 글씨 쓰는 것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다. 맞춤법에도 민감했다. 글을 쓸 때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이는 습관은 아빠에게 배운 것이 분명하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것은 유머와 글씨뿐만이 아니었다. 성격도 비슷했다. 급하고 욱하는 성격, 작은 일에 자존심을 내세우는 모습,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려는 욕심이 많다는 점, 어릴 때는 그 성격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다투시는 모습을 가끔 보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성격이 내 안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음이 다급해질 때면 아빠처럼 목소리가 높아지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스며들었다.


무엇보다 아빠에게서 가장 크게 물려받은 것은 책임감이었다. 아빠는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분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늘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이었다. 성격 급한 내가 일을 망칠 때도 있지만, 결국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하는 나를 보면 아빠를 닮은 내 모습이 또 한 번 떠오른다.


아빠를 닮아 예쁘지는 않다. 오히려 평범하고 어딘가 수수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아빠를 닮은 내가 조금은 자랑스럽다. 뾰루지가 올라와도, 급한 성격 때문에 혼자 속을 태워도, 책임감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것이 조금씩 위안이 된다. 아빠를 닮으면 잘 산다던 그 말 어릴 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빠를 닮은 내가 오늘도 부지런히 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하늘에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