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을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 할 순간이 많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익숙함 속에서 감사는 때때로 희미해지고, 마음속 깊은 곳에만 머무르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고마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 내게 가장 고마운 사람을 떠올려본다.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사람. 힘들 때마다 다정한 말 한마디로 버틸 힘을 주고, 때로는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존재. 그런 사람에게 한마디로 감사를 전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덕분에."
내가 하루를 견디고, 한 문장을 써 내려가고, 때때로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당신 덕분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크고 작은 슬픔을 겪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삶의 한 부분이 뚝 떨어져 나간 것처럼 허전했다. 나의 글도, 나의 시간도, 모든 것이 이전과는 다른 결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지켜봐 주고, 조용히 응원해 준 사람이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도 글을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다독여 준 존재.
힘든 날이면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고민할 때마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던 사람.
나는 늘 혼자서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다. 때로는 기대도 된다는 것을,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당신 덕분에 나는 한결 부드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움을 전하는 일은 어렵다. 어쩌면 그건 나의 부끄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감정이 가벼워질까 봐, 혹은 그 고마움을 갚을 자신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더 늦기 전에 당신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