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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의 온기

by 박수진


집밥이 주는 힘은 무엇일까. 어쩌면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손끝으로 만들어진 집밥의 온기, 내 취향과 정성이 담긴 맛. 집밥의 풍경은 늘 소박하지만 따뜻하다.


오늘의 메뉴는 달래 간장 양념장과 구운 김. 짭조름하고 향긋한 그 맛은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한다.

가스레인지 위에 김을 구울 때마다 퍼지는 고소한 향, 손으로 대강 찢은 곱창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주방을 가득 채운다. 구운 김 한 장에 밥을 얹어 달래 간장을 찍으면, 한입 속에 봄바람이 불러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조물조물 무친 시금치나물도 빠질 수 없다. 간이 딱 맞게 밴 나물의 아삭한 식감. 그 옆에는 배추김치가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직접 담근 김치라 더욱 정겹다. 고춧가루와 양념이 배추 사이사이에 알맞게 스며들어, 밥과 나물, 김치의 조화는 완벽하다.


집밥은 화려하지 않다. 익숙한 재료와 익숙한 손길이 만나 만들어진다. 그 안에는 시간이 담겨 있다. 달래를 다듬고, 김을 구우며, 나물을 무치는 동안 나는 가족을 떠올린다. 집밥을 함께 먹을 사람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만든 집밥은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추억이 식탁 위를 채운다. 그렇게 식탁에서 우리는 한 끼의 대화를 나눈다. 오늘도 그릇을 비우며 생각한다. 집밥은 단순히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삶을 채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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