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애정하는 사람을 내가 가장 미워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잠 못 드는 밤이다. 나는 평소에도 잠귀가 밝아서 조금만 예민해져도 쉽게 잠이 달아나곤 한다. 그런데 남편의 운동 루틴이 강도 높아지는 날이면 내 불면의 밤은 시작된다.
남편은 운동을 좋아한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의 몸이 잠들어 있는 순간에도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드민턴을 치고 온 날의 밤을 생각하면 남편은 이미 잠들었고, 나는 곤히 자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이 툭, 툭 두드려지는 감각에 눈을 떴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랐지만, 뒤돌아보니 남편의 손목이 아주 자연스럽게 스냅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응? 왜 그래?" 하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는 이미 꿈나라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었으니까.
수영을 하고 온 날은 더 희한하다. 침대에서 조용히 자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손뼉을 치기 시작한다. 한밤중에 들리는 박수 소리라니. 처음에는 나를 놀리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깨워서 물어보면 그는 멍한 얼굴로 되묻는다. "내가 박수를 쳤다고?" 그 표정을 보면 나도 웃음이 나긴 한다. 하지만 한번 깨고 나면 잠들기 힘든 나로서는 이 상황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승마를 하고 온 날은 또 다르다. 남편의 다리가 내 쪽으로 넘어오는 날이 많다. 마치 말을 타듯 허벅지를 내 몸 위로 올리는 것이다. 이런 날에는 숨이 막힐 것 같아 무조건 그를 밀어내야 한다. 남편은 깨지도 않고 무심히 자세를 바꾸지만, 나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억울한 마음이 든다.
나는 안다. 남편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의 운동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하지만 잠은 내게도 중요하다. 하루를 잘 버티기 위해선 내가 사랑하는 것도 잠이라는 사실을 남편은 모를 것이다.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운동을 재현하는 남편을 보며, 오늘은 문득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든 잠을 이루려 애쓰지만, 야속하게 남편의 리듬은 나를 방해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서 다정함과 야속함이 공존한다는 걸 배우는 과정인 듯하다. 남편의 이상한 운동 후유증과 나의 얇은 잠은 오늘도 한판 승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