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도 어떤 날은 유독 마음에 들고, 어떤 날은 아무리 찍어도 엉망이다. 카메라를 들고 수십 장을 찍어도 마음에 드는 컷이 없을 때는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사진이란 결국 빛과 구도의 예술인데, 이 둘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구도와 물건의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 한 권을 놓아도, 컵을 배치해도,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사진이 흐트러진다. 그 미세한 차이가 결국 사진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때로는 몇 밀리미터 차이를 두고 컵을 옮기고, 조금 더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앵글을 조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빛이 부족하거나, 분위기가 맞지 않거나, 내 감각이 흐려진 날일 것이다.
사진은 대상을 찍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에 비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과 공기, 그리고 빛의 흐름까지 담아낸다. 그래서 같은 장소, 같은 사물이라도 다른 날 찍으면 느낌이 달라진다. 아침의 빛과 오후의 빛은 다르고,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의 감도는 전혀 다르다. 손때 묻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눌러도, 어떤 날은 사진이 모든 걸 말해주지만, 또 어떤 날은 아무런 감흥도 전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진이 잘 나오는 날은 대게 기분이 가라앉아 있지 않은 날이다. 마음이 정돈된 상태에서 카메라를 들면 자연스레 손끝에 감각이 살아난다. 빛을 읽고, 사물의 배치를 직감적으로 판단하며, 구도를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반면 정신이 흐트러진 날은 찍어도 찍어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런 날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어딘가 어색하고,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날이면 먼저 내 마음을 다독인다. 잠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거나, 음악을 틀고 방 안의 공기를 환기한다. 카메라를 꺼내기 전에 차 한 잔을 마시며 기분을 정리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은 결국 내가 보는 세계를 기록하는 일이니까, 나 자신이 흔들리면 그 기록도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이따금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꺼내 들어 셔터를 눌러보면, 찍는 순간이 곧 기다림이 된다. 즉석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진은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게 만들고, 그렇게 찍은 사진은 결과와 상관없이 애착이 간다. 가끔은 잘 찍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날이 다 아름다울 수 없듯, 모든 사진이 다 만족스러울 필요는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바라보고, 느끼고, 기록하려는 마음 자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앵글로 사진을 찍었는데, 왜 어떤 날은 완벽하고 어떤 날은 엉망일까. 어쩌면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가진 신비로운 매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