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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돌아가는 시간

by 박수진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작은 축제와도 같다. 조용한 집 안에서 비트가 느껴지는 재즈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를 내린다. 뜨거운 물이 커피를 지나며 퍼지는 향기가 공간을 감싸면 그 순간이 시작된다.

건조기 안에 있던 빨래를 하나하나 개고, 옷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정리된 옷들이 깔끔하게 쌓이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조금씩 가지런해지는 것 같다. 평범한 움직임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할 일을 마치고 소파에 몸을 기대 거실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은 조금씩 다르다. 흐린 날엔 흐린 대로, 맑은 날엔 맑은 대로 하늘은 내 기분을 채색한다. 고요한 순간 속에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다 보면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

어느 날은 너무 차분해진 내가 낯설고, 또 어느 날은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흐르는 나를 발견하다. 그런 순간들이 싫지는 않다. 그 눈물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상관없다. 그것이 나를 이루는 조각들 중 하나 일뿐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은 온전히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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